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탄핵 정국에 쪼그라든 나눔…올 겨울이 유난히 추운 사람들 [데일리안이 간다 112]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4.12.24 05:26
수정 2024.12.24 05:26

23일 한파특보 발효되는 등 본격 추위 시작했지만 취약계층 기부 등 사회적 관심 저조

후원 연탄 지난해보다 소폭 줄어…서울시 사랑의 온도탑 모금 목표액 달성 어려워 보여

취약계층 "3달 이상 남은 겨울 보내기 막막…등유 가격 많이 올라 난방도 제대로 못 해"

시 "쪽방촌에 동행식당·동행목욕탕 운영하고 방한용품 지원, 노숙인엔 시설 입소 권유"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위치한 주택. 벽에는 "세탁기 통째 얼었습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온 사회를 뒤흔들면서 겨울철 더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있다. 이에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는 노숙인, 쪽방촌 주민 등 취약계층 지원 강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회적 관심이 탄핵 정국에 쏠려 있고 경기침체가 이어지며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23일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 한파특보가 발효되는 등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됐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경기 북·동부, 강원내륙 및 산지, 충북 중·북부에 한파특보가 발효됐다. 아침 최저기온은 -15도~1도, 낮 최고기온은 3~10도였다.


본격적인 강추위가 시작되면서 노숙인이나 쪽방촌 주민 등 추위 취약계층을 향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경기 침체와 함께 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예년보다 사회의 관심이 비교적 줄어들면서 기부나 후원 등의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다.


이날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사회복지단체 사랑의연탄나눔운동이 올해 후원받은 연탄은 30만장 정도로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다. 연탄 후원은 2019년 절정을 찍은 후 코로나19 시기를 기점으로 점차 줄고 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1999년부터 시작된 희망나눔캠페인의 실적도 현재까지는 저조한 상태다. 23일 기준 '희망 2025 나눔캠페인' 사랑의 온도탑 모금액은 2819.7억원으로 목표액의 62.7%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를 서울시로 한정한다면 모금액은 137.4억원으로 목표액의 27.5%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캠페인이 시작된 지난 1일 이후 약 3주 동안 27.5%를 모은 것인데, 마감일인 내달 1월 31일까지는 대략 5주 정도의 기간이 남아 산술적으로 100%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 캠페인 마감 전 목표액 100% 조기 달성을 했던 지난 2022년 및 2023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다른 때와 달리 올해는 실적이 다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데, 아무래도 혼란스러운 시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가계부채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선뜻 기부에 나서는 것을 망설이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자원봉사 단체 등의 후원이 예년과 같지 않다 보니 노숙인이나 쪽방촌 주민들은 과거보다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에 위치한 쪽방촌.ⓒ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이날 데일리안이 서울역 인근에서 만난 한 노숙인은 "겨울마다 핫팩 같은 방한용품을 두고 가는데 올해는 지원 빈도나 물품의 수가 조금 줄어든 것 같다"며 "어제도 너무 추워 잠을 거의 못 잤다. 추운 날이 3달 이상은 이어질 텐데 벌써부터 막막하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주민 A씨는 "오늘 아침 화장실에 받아 놓은 물 위에 살얼음이 조금 꼈다"며 "최근 몇 년간 등유 가격도 많이 올라 난방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아무 탈 없이 겨울이 무사히 지나가기만 바라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추위와 탄핵 정국이 겹치며 지자체의 빈틈없은 대응이 더 중요해졌다. 서울시는 겨울철 취약계층을 위해 동행식당, 동행목욕탕, 밤추위 대피소, 순찰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내 알림판에는 밤추위 대피소, 동행목욕탕 운영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서울시 자활지원과 관계자는 "쪽방촌 취약계층을 위해 동행식당이나 동행목욕탕을 운영하고 있다"며 "동행식당을 통해 제휴를 맺은 인근 식당에서 하루 한 끼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동행목욕탕에 방문하면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있고 잠자며 쉴 수 있는 공간도 있다"고 밝혔다. 또 "시 협력 기관이나 자치구 직원들을 통해 쪽방촌 일대를 순찰하며 담요나 침낭, 핫팩 등 방한용품을 지원하고 있다"며 "노숙인에게는 겨울 동안이라도 보호시설에 들어가 지내는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겨울철 추위가 건강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건강 취약계층의 경우 간호 인력이 매일 같이 방문해 건강 체크를 진행하고 있다"며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노숙인은 이를 복원해 의료보험 혜택과 생계 급여 등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