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韓 반도체…메모리·팹리스에 320조 지원해야"
입력 2024.12.18 16:00
수정 2024.12.18 16:00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 연구결과 발표회 개최
위기의 한국 반도체 산업 해법으로 제조 경쟁력 제고,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공학한림원은 18일 오후 4시 신라호텔에서 반도체특별위원회 연구결과 발표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올해 2월 AI 반도체 급부상 등 반도체 기술의 변곡점을 맞이하는 시기에 국내 반도체산업의 생태계 현황과 정책/제도를 분석하고, 기술경쟁력 강화 및 산업 선도전략을 제시하기 위해 반도체특별위원회를 발족, 연구를 지속해 왔다.
반도체특별위원회는 해당 분야 공학계 석학과 산업계 분야벌 전문가로 구성해 다양한 시각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공동위원장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이혁재 서울대학교 교수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별로 국가안보산업이 됐으며, 이로 인해 각국 간 치열한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사상 유례없는 국가 간 경쟁이 펼쳐져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역사상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는 진단이다.
공동위원장인 이혁재 서울대학교 교수는 기조 발표에서 “위기 징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K-반도체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도태되고, 나아가 대한민국 산업 전반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경고하며 위기 조짐을 7가지로 정리했다.
▲우위를 보이던 메모리반도체 기술력은 평준화 시대로 진입했고 해외기업과의 기술력 격차가 매우 좁아졌다. ▲선도적 투자 경쟁력을 잃어간다. 적기에 투자하지 못할 경우, 투자에 대한 이익률이 낮아지고 투자의 악순환 고리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조 기반산업인 소재·부품·장비산업은 취약하고, 신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팹리스, 패키징 산업은 성장 기반이 미약하다. ▲인재들은 유입되지 않고, 해외로 유출되는 인재들은 많아지고 있다. ▲전력·용수와 같은 필수 인프라 구축이 어렵고, 이로 인해 발생 되는 민원이 해결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로 시설구축이 늦어지고 있다. ▲중복되고 불필요한 규제가 만들어진다. 이로 인한 불필요한 활동은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고, 개발과 생산의 속도는 느려지고 있다. ▲대한민국 비밀병기인 부지런함이 없어지고 있다. 30분만 더하면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퇴근하고 다음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고 이로 인해 몇 시간을 더 낭비해야 하는 현실이다.
이어지는 주제 발표에서는 위기 극복 방법으로 4가지가 제안됐다. 첫 번째는 제조업을 지켜야 하고, 두 번째는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해야 하며, 세 번째는 새로운 시장 기회를 갖는 연구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인재 유인과 유입을 위한 정책 추진이다.
먼저 제조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제조시설구축에 적시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메모리기술 및 첨단 패키징 기술 등에 선제적 기술개발과 시설의 적시 투자를 위한 300조원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현재 조성 중인 용인 클러스트가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용수 및 전기가 적시에 제공돼야 한다고 업계는 피력했다.
반도체 제조에 기반산업인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도 언급됐다. 이를 위해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지원이 필요하고, 국내에서 생산한 소부장 제품을 국내 수요기업에 판매할 경우 판매 인센티브 지급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수도권 규제 완화 및 환경규제·인허가 문제 해소 지원의 강화도 필요하다고 업계는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제조 기술의 새로운 경쟁기준이 된 패키징 산업의 육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업계는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첨단 패키징 기술 확보와 생태계 강화가 필요하고, 첨단 패키징 개발, 제조, 검증, 인증평가를 할수 있는 대규모의 전문 공공연구기관의 구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도체는 속도 경쟁이므로 속도를 지연시키는 원인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도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중복되고 불필요한 규제가 정리돼야 하고, 주 52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진단이다.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국내 팹리스에 맞는 파운드리 팹을 구축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이 시설은 국내 팹리스부터 소부장, 패키징까지 국내 반도체 관련 기업의 R&D 지원 및 business development 역할과 성능 데이터의 피드백 및 공급망 제품화의 품질관리, 국제 표준 및 수출 품질 인증을 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20조원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20조원이 투자되면 20년 뒤 300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새로운 시장 기회를 위한 연구개발은 목적 지향적 연구개발이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기술 연계 및 거래를 위한 기술 사업화 연계 오픈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고, 유니콘 반도체 기업의 확보를 위한 수요기업/대기업-팹리스가 참여한 상용 타겟형 대형 R&D 지원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말했다. 전략 물자 확보를 위한 기술격차가 높은 첨단 기술 확보형 R&D 지원도 요청했다.
인재 유인과 유입은 반도체 평생직업이 될 수 있도록 사학연금과 같은 반도체 특별 연금법도 필요하다고 업계는 주장했다. 또 인재 유인을 위해 중, 고등학교 반도체 전문 동아리 활성화를 지원해야 하며 인재 유입을 위해서는 외국인 대상 대학 학과를 설치를 주장했다.
김기남 공학한림원 회장은 “현재 엄중한 정치적 상황이지만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를 지켜내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공학한림원에서 1년 동안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우리 경제의 핵심인 K-반도체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국민들께 알리고자 하니 이에 공감하고 지원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