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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주담대 '시동' 걸지만…당국 페널티에 또 '보릿고개'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입력 2024.12.18 14:09
수정 2024.12.18 14:14

한도 상향 등 단계적 완화 돌입

DSR 강화 예고 등 규제 '걸림돌'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안내문. ⓒ 뉴시스

은행권이 내년에 나갈 대출을 위해 한시적으로 제한했던 가계대출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등 영업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새해가 되면 연간 목표치 규제에 묶여 있던 대출 총량이 초기화되면서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당국이 더욱 강력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페널티를 고심하고 있는 만큼, 대출 보릿고개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제한사항을 전날부터 단계적으로 풀기로 했다. 주담대의 경우 생활안정자금 목적상품의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하며, 제한했던 플러스모기지론 취급도 재개하기로 했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접수도 다시 시작하며, 동시에 미등기된 신규분양 물건지 전세자금대출과 1주택 보유자의 전세자금대출을 재개한다. 신용대출의 경우 중단했던 비대면 대출판매를 재개하고 연소득 대비 100% 이내로 제한한 한도도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다른 은행들도 가계대출을 완화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2일부터 내년 대출 실행 건에 한해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대출 취급을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23일부터 비대면 대출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실행까지 최소 1~2주 이상 소요되는 걸 감안하면 내년 영업을 시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코픽스 금리도 인하되면서 대출 수요가 다시 은행으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 보다 0.02%포인트 낮은 연 3.35%로 집계됐다. 두 달 연속 하락세다. 은행들은 전날부터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인하된 코픽스 금리를 반영한다.


코픽스는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으로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금융권이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나선 건 내년엔 대출 총량이 초기화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경영계획 초과 은행은 내년 시행하는 은행별 DSR 관리계획 수립 시 더 강화된 DSR 관리 목표 수립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유주택자의 주택 구매 목적의 대출을 제한하거나 비대면 대출을 규제하는 등 대출 총량 관리를 해왔다. 한동안 신용도가 높은 우량고객도 대출 받기가 까다로웠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일부 은행들이 연간 목표치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은행들이 새해 영업을 위해 대출 빗장을 풀고 있지만 이 페널티로 인해 대출 보릿고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내년도 평균 DSR 한도 축소 등을 포함해 목표를 초과한 은행에 부과할 페널티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내년도 시행할 은행별 평균 DSR 한도를 더 줄이는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은행별 평균 DSR은 30% 안팎인데 이 비율이 낮아지면 내년에 취급할 수 있는 가계대출 규모가 줄어든다. 다만 금감원은 DSR 한도 낮추기는 예시일 뿐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은행들은 부동산 경기 부진을 예상해 대출 목표를 과소로 잡았지만, 지난 4월부터 금리인하와 부동산 상승 기대감으로 주담대 수요가 증가했다. 결국 은행권의 대출 공급량은 하반기 들어 연간 계획을 훨씬 초과하게 됐고, 은행들은 뒤늦게나마 계획을 지키기 위해 한도를 죄거나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대출 실적은 연초 경영계획을 뛰어 넘었다.


다만 금융권에선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대통령 탄핵 정국 등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가계대출 취급 한도를 줄이는 등의 엄격한 규제는 도입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내년도 은행별 가계대출 연간 총량을 올해보다 조금 늘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실적인 목표량을 설정함으로써 은행들이 연간 계획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해, 갑자기 대출한도를 죄거나 금리를 올리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취지다. 이와 관련해 대출공급이 특정 시기에 쏠리지 않도록 월별·분기별로 대출 추이를 점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은행권에선 내년 대출자산 운영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관리 목적 DSR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등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라 예단할 수 없지만 타이트하게 운영될 경우 대출자산 운영에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목표치를 초과해 페널티를 받으면 그만큼 대출 한도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은행권의 대출 여력이 크게 늘어나기는 커녕 대출 한파가 올해보다 더 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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