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충격에 ‘킹달러’…美 조단위 투자한 K-배터리 ‘긴장모드’
입력 2024.12.17 06:00
수정 2024.12.17 06:00
트럼프 당선·윤석열 계엄 등 여파에 환율 1430원대에서 등락
K-배터리, IRA에 따른 혜택 위해 미국 내 대규모 공장 건설 중
외화 부채 큰 상황서 고환율이 이자부담 가중시켜 손실 불가피
트럼프발 달러 강세에 윤석열발 계엄 여파까지 겹쳐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국내 배터리 업계에 미칠 여파가 주목된다. 미국에 조단위로 투자 규모를 키우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고환율에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433원)보다 2원 오른 1435원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이달 초 1400원 초반이던 환율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143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상황이지만 정국 불안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시장 판단이 우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쏟고 있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국 내 공장을 짓고 있다. 이 자금 조달을 위한 외화부채가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환율은 이자부담을 키우고 있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외화 자산은 4조4397억원인 가운데 부채는 6조8284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 분기 대비 자산은 12.1%밖에 늘어나지 않았지만, 부채는 61.9%이나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시 보고서 기준 모든 변수가 일정하다는 가정을 했을 때 환율 10% 상승 시 세전손실이 2389억원일 것으로 추정했다.
SK온도 외화 부채가 3조4379억원으로 환율이 5% 상승 시 177억원의 법인세 비용차감전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SDI는 올해 외화부채 내역을 따로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4조4312억원으로 공시돼 있어 고환율 영향이 클 것으로 점쳐진다.
당분간 고환율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실적 타격과 함께 해외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수주하는 데는 도움이 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제조 가격, 원자재값 등 도입 단가가 오르니 전반적으로 수익이 나는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고객사 비중이 높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의 경우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에 따른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한 반박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환차에 따른 매출 증대나 영업이익에 대한 상승 측면이 훨씬 크다고 봤다.
서 교수는 긍정 효과와 부정 효과의 상쇄, 그리고 공급사 간 기술력 차이 등을 감안하면 고환율이 장기화되는 상황은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옛날에는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 환율이 높은 상황이 유리했었는데 요즘에는 가격 경쟁력이 아닌 제품 경쟁력으로 승부하기 때문에 고환율이 좋은 것이 아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