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응원=탄핵 지지일까…경계해야 할 ‘과도한 해석’ [기자수첩-연예]
입력 2024.12.15 07:00
수정 2024.12.15 07:00
집회 참석한 팬 걱정하는 연예인들, '탄핵 찬성' 리스트에 올라
과거 인터뷰 발굴되고, '소방관' 불매 운동 직면한 곽경택 감독 등
연예인 향해 옮겨간 비난
SNS를 통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가수 이승윤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집회에 참석한 고민시·고아성 그리고 무대에 올라 노래로 메시지를 전한 이승환까지. 연예인들이 윤 대통령의 탄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소신 있게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연예인들을 향해 대중들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다만 그렇지 않은 연예인들을 비난하는 것에 대해선 엇갈린 시선이 이어진다. 집회에 나선 팬을 응원하는 연예인이 탄핵 찬성 리스트에 오르는 등 분위기가 다소 과열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따라붙고 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4일 해제 후 12일이 지났지만 그 후폭풍은 연예계에 아직 이어지고 있다. 선포 및 해제 직후에는 배우 서현진의 드라마 ‘트렁크’ 홍보 인터뷰는 취소되는 등 예정됐던 공식 행사들이 혼란을 겪었다면, 이후엔 연예인들의 소신 발언이 화제가 되고 나아가 입장을 밝히지 않은 연예인들을 향해 비난이 이어지는 등 연예인들의 ‘입’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가수 이승윤, 배우 정영주, 김기천 등 일부 연예인들은 SNS를 통해 현 상황에 대해 비판해 화제가 됐다. 배우 고민시, 고아성, 이엘, 남윤수 등 윤 대통령의 탄핵 집회에 직접 참석하고 이를 인증하며 힘을 보태는 연예인들도 있다. 가수 이승환은 지난 13일 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넘어, 무대 위에서 노래로 자신의 소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보다는 소극적인 표현도 이뤄진다. 팬 소통 플랫폼인 버블, 프롬 등을 통해 집회에 나선 팬들을 응원하기도 하는데, 이때 이 메시지를 ‘탄핵 찬성’ 메시지로 풀이하고 있어 우려가 유발되고 있다.
빅톤 최병찬의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시대도 다음 시대에 살아갈 후손한테도 좋은 세상을 만들어 주자”, 우주소녀 다영의 “또 우리 우정(공식 팬덤명)들 이렇게 추운데 밖에 있는데 내가 다른 곳에 가도 되는 걸까 하고, 조정해보려 했는데 안 되어서 내일 예정대로 출국하게 됐다”는 언급처럼 직접적인 메시지도 물론 있다. 다만 단순히 팬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에 그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한 예로 온유는 “너무 춥지 않게 따뜻하게 입고 핫팩도 챙기고 장갑 끼고 따뜻한 물 마시고 배 안 고프게 몸 잘 챙겨야 해. 알겠지?”라고 집회에 참석한 팬을 걱정하는 메시지를 남겼는데, 이러한 메시지까지도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따라붙기도 한다.
20년 전 인터뷰까지 다시 소환되는 흐름에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배우 공유는 지난 2005년 7월 보그걸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남자는?”이라는 질문에 “나의 아버지, 마이클 조던, 박정희”라고 답했는데, 이 답변이 최근 다시금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에 공유는 인터뷰에서 “철없을 때 한 발언”이라며 자신의 역사관을 해명했으며, ‘소방관’의 곽경택 감독은 친동생이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했던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불매 조짐이 일자 “저 또한 단체로 투표조차 참여하지 않았던 국회의원들에게 크게 실망하고 분노한 건 마찬가지”라고 입장을 밝혔다.
“정치인도 아닌데 왜 목소리를 내야 하나”라고 말해 빈축을 산 임영웅부터 과거 인터넷 채팅에서 ‘일베(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써 사과를 한 작사가 김이나, 일상 사진을 게재했다가 ‘이 시국에 말이 되냐’라는 비난을 받는 연예인들까지. ‘비난 받아 마땅하다’는 반응과 ‘분위기가 과열됐다’는 의견이 부딪히고 있다.
소신을 밝힌 연예인들을 향해,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대중들이 지지를 보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용기를 낸 이들을 향해 응원으로 화답하는 대중들의 모습은 훈훈함을 느끼게도 한다.
그러나 SNS를 통한 공개 발언이 아닌, 사적인 공간에서 한 발언이 ‘탄핵 지지’로 해석되거나 언급을 하지 않은 스타들이 비난을 받는 것까지도 마땅한 일이 될 수 있을까. ‘자유롭게’ 소신을 밝히는 세상을 위해선, 원하는 만큼 생각을 밝히고픈 이들을 향한 존중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