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입장권 부과금 폐지,암울해진 한국영화의 미래 [D:영화 뷰]
입력 2024.12.12 07:09
수정 2024.12.12 07:09
내년 1월 1일부터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가금이 폐지된다. 연간 25조 원가량 걷혔던 법정부담금이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지 검토하라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부가 전수조사에 나섰다는 발표로 검토된 법안 개정이다.
지난 10일 국회가 내년부터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을 폐지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가결 시켰다.
입장권 부과금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화비디오법) 제25조의2 제1항은 입장권 가액의 5% 이하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과금을 징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입장권 부과금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발전기금 자체 수입의 76.6%를 차지할 정도로 주요 재원으로, 독립·예술영화 및 지역 영화 생태계를 지원하고, 신진 영화인 육성, 영화제 운영, 장르 다양성 확보 등에 사용돼 왔다.
해외 영화제서 호평을 받은 '벌새', '다음소희'를 비롯해 '찬실이는 복도 많지', '비밀의 언덕'이 영화발전기금의 도움을 받아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2007년부터 부과된 이 기금은 한국 영화의 성장을 견인하며 산업 전반에 걸쳐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 부과금이 폐지되면서 한국영화계는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 팬데믹 이후 한국영화산업이 타격을 맞으며 2024년 영화발전기금 사업 예산은 467억 원으로 전년 729억 원 대비 36% 감소했다. 영화발전기금이 줄면서 한국영화의 미래를 위한 사업도 축소되거나 폐지됐다. 올해 한국영화의 R&D 사업인 시나리오공모전 예산 61% 삭감, 영화제 지원 예산 50% 삭감, 독립·예술영화 제작 지원 예산 40% 삭감, 독립·예술영화 개봉지원 예산은 33% 삭감. 차기작 기획개발지원 사업과 애니메이션 지원 사업, 지역 영화 활성화를 이끌어왔던 지역 영화 영상 생태계 지원 사업은 아예 폐지됐다.
정부는 부족한 기금을 국민체육진흥기금과 복권기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매년 타 기금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으며, 영화진흥위원회의 사업 지속성과 자율성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있다.
부과금 폐지는 단기적으로 관객에게 약간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제공하지만, 장기적으로 독립·예술영화의 제작 기반 약화, 신진 창작자 지원 축소, 영화 문화의 다양성 상실, 지역 영화 산업의 쇠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영화인들은 꾸준히 입장금 부과금 폐지를 반대해왔다. 영화산업위기극복영화인연대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은 영화산업 등 꼭 필요한 사업은 일반회계를 활용해서라도 차질 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영화발전기금의 유일한 재원이었던 입장권 부과금 폐지를 영화계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우리 영화인들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며 "정부는 일방적인 입장권 부과금 폐지 방침을 철회하고, 영화발전기금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한국영화 정상화와 영진위 정상 운영 등을 위해 영화계와 논의하는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독립영화를 배급하는 한 관계자는 "관객들에겐 약 500원 저렴해지는 것이지만, 결국 이 정책으로 한국독립예술영화은 토양은 척박해지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결국 이 정책은 영화계 다양성 한계로 이어지고, 피해는 다양성을 빼앗긴 관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