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못 찾은 돈 결국 예·적금으로…금리 떨어져도 '역머니무브'
입력 2024.12.08 06:00
수정 2024.12.08 06:00
요구불예금서 지난달 5조 이탈
기준금리 인하에 이자율도 하락
조건 더 나빠지기 전 '서두르기'

국내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에서 한 달 동안에만 5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처를 찾던 대기 자금이 결국 마땅한 타깃을 찾지 못하고 예·적금으로 몰리며 역머니무브 흐름이 짙어지는 모습이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예·적금 이자율도 함께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조건이 더 나빠지기 전에 돈을 넣어 두려는 막차 수요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08조2330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0.8%(5조1607억원)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은행에서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예금으로 저축성상품에 비해 이자가 낮은 대기자금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핵심 예금이라고도 불리는데, 금융소비자에게 줘야 할 이자가 낮아 예대 마진을 많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감소한 요구불예금은 예·적금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역머니무브와 같은 경향을 띄고 있다. 역머니무브란 시중 자금이 위험 자산에서 안정 자산인 은행 예금으로 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예금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 이자를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한 예·적금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인하하면서 통화완화 기조에 속도를 붙였다.
실제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987조7606억원으로 한 달 새 0.7%(6조8297억원) 늘었다. 한은 기준금리 인하 전인 지난 9월 말 정기예·적금 잔액이 968조4787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0조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최근 은행권의 수신금리는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전부터 수신금리는 시장의 기대를 선반영해 하락하기 시작했다. 주요 은행 중 가장 낮은 것은 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으로, 현재 기본금리가 2.50%까지 떨어졌다. 기준금리보다 예금 금리가 더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거다.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의 기본금리는 3.22%로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중 가장 높았고,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 3.2%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2.6%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2.6% 등도 낮은 수준에 그쳤다.
은행채 금리 역시 떨어지면서 수신상품 금리 하락에 힘을 싣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채 1년물(은행채·AAA) 금리는 2.995%를 기록했고, 지난 3일에는 2.994%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예·적금을 향한 막차 수요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 기조를 보이면서 앞으로도 수신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두 번 연속으로 인하한 것과 더불어 은행 대출 영업이 제한된 상태에서 은행들이 적극적인 수신 영업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유인이 없는 상황"이라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말 특판 등 수신 상품 마케팅은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