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계엄령] ‘셀코리아’ 다시 시작?…외인, 하루 만에 4200억 순매도
입력 2024.12.04 18:07
수정 2024.12.04 18:56
계엄 후폭풍에 외국인 대량 매물 출회
전날 역대급 순매수서 분위기 반전 우려 나와
“정치적 불확실성 회피 위한 자금 이탈 압력 ↑”
외국인 투자자가 전날 모처럼 대규모 ‘사자’에 나선 지 하루 만에 간밤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다시 '셀 코리아'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환율 압력도 거세지고 있어 추가 이탈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이날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총 4242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시장별로는 코스피에서 4087억원, 코스닥에서 155억원을 팔아치웠다.
전날만 해도 국내 증시가 바닥을 지났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외국인의 ‘국장 탈출(엑소더스)’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외국인은 전날 코스피에서만 5645억원, 코스닥 2324억원 등 총 7969억원을 사들였다. 이는 지난 3월 29일(8113억원) 이후 최대 규모였다.
앞서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5개월간 코스피 시장에서 18조996억원어치 순매도한 바 있다.
다만 지난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함에 따라 투자심리가 급격히 식었다. 이날 새벽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되며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취를 둘러싼 정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후 이어질 탄핵정국이 얼마나 빨리 마무리되는지가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16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발의 당시 매도 흐름을 보였던 외국인은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같은 해 12월부터는 ‘사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파면이 선고되는 2017년 3월까지 약 4개월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만 4조68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최근 높아진 원·달러 환율도 외국인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환율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관세 부과 이슈와 달러 초강세 현상, 국내 경기 둔화 신호와 엔케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여기에 더해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환율이 하루 새 40원 이상 널뛰기도 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2원 오른 1410.1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다만 비상계엄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이날 오전 12시20분께는 1442.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0월 25일 1444.2원을 기록한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당분간 외국인 자금 유출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엄령이) 하룻밤 사이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양상이나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단기적으로 정치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한 자금 이탈 압력은 잔존한다”며 “정황상 향후 탄핵 정국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이 과정에서 정치 불확실성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