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장 연말 '인사 태풍'…차기 인선 서서히 '윤곽'
입력 2024.11.26 14:27
수정 2024.11.26 15:06
조병규 우리은행장 사퇴
농협은행장 교체 가능성
실적보다 내부통제 관건
올해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주요 은행장들의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교체가 확정된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차기 행장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올해는 특히 굵직한 금융사고 등으로 은행들이 몸살을 앓은 만큼 실적보다 내부통제가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장은 모두 다음 달 31일로 임기를 마친다. 5대 은행장들은 통상 2년의 임기를 부여 받고, 1년 단위로 연임이 결정되는데, 이번 은행장들은 대내외적 요인으로 행보가 엇갈릴 전망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조병규 행장이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교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앞서 지난 22일 열린 우리금융그룹 이사회에서 이사들은 조 행장의 연임이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혐의를 받는 것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조 행장이 당국에 늑장 보고한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지난 9월 27일 1차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열고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선을 논의해 왔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르면 임기 만료 1개월 전에는 후보 추천이 완료되야 하므로 늦어도 오는 29일까지 후보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행장 후보로는 ▲김범석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 부행장 ▲박장근 우리금융지주 리스크관리부문 부사장(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겸임) ▲이정수 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정진완 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조병열 은행 연금사업그룹 부행장 ▲조세형 은행 기관그룹 부행장 등이 거론된다.
이석용 농협은행장도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농협은행은 은행장 연임이 드물고, 올해 들어 금융사고만 여섯 차례 이상이라는 점이 이 행장의 연임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중대사고가 발생한다면 해당 계열사 대표에게 책임을 묻고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에선 농협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2022년 12월 12일 농협금융 회장을 내정한 데 이어, 같은달 22일 농협은행장을 내정한 이력을 거론하며 올해도 비슷한 일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은행장들은 유임에 무게가 쏠린다. 우선 KB금융 안팎에선 이재근 국민은행장이 3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행장은 지난 2022년 1월 취임해 2년 임기를 채운 뒤, 지난해 11월 1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 받았다. 허인 전 행장 역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2+1+1 형태로 3연임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이 행장은 올해 실적의 최대 변수로 거론됐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 사태를 예상보다 수월하게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금융은 오는 27일 계열사 대표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국민은행장 단독 후보를 추천한다.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연임이 유력하다.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3조1028억원으로 ‘리딩뱅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실적개선과 함께 금융사고 이슈에서도 비껴간 점도 정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또 통상 2+1년이라는 CEO 인사 기조를 고려하면 정 행장의 연임이 유력하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신한금융의 자회사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9월부터 회의를 열고 차기 신한은행장을 선정하기 위한 승계 절차를 시작했다. 신한금융은 지주회장은 숏리스트를 공개하지만, 자회사의 경우 공개하지 않았다. 은행장 후보는 12월 중순 쯤 공개될 예정이다.
이승열 하나은행 행장도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은 취임 후 첫해인 지난해 당기순이익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
금융그룹 회장 중에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함 회장은 지난 2022년 3월 취임했으며, 내년 3월 31일 첫 3년 임기를 마친다. 농협금융은 다음 달, 하나금융은 내년에 회장 후보자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5대 금융은 행장 외에도 41곳의 자회사 CEO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는 실적 뿐만 아니라 금융사고 등과 같은 내부통제에 대한 문제들이 크게 도마 위에 올랐던 만큼 금융사고를 포함한 각종 내부통제적인 요인들이 인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