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밸류업 펀드 등장에도…시장 영향력은 ‘글쎄’
입력 2024.11.24 07:00
수정 2024.11.24 07:00
‘우하향’ 증시서 효과 낮아…타 펀드보다 규모 작아
특정 업종에 투심 제한 우려…“단타 유도에 불과”
기업·주주가치 주력 필요…정책 촉구 목소리도
한국거래소가 2000억원 규모의 ‘밸류업 펀드’ 카드를 꺼내 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기대감을 높이는 듯 보였으나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모양새다.현재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동력을 잃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인 밸류업 펀드가 시장 영향력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00억 규모의 ‘기업 밸류업 펀드’가 지난 21일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음에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미심쩍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동시 상장한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 12종이 뚜렷한 성과를 드러내지 못한 상황에서 등장해 좀처럼 기대를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기업 밸류업 펀드’는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금융투자협회·한국예탁결제원·코스콤·한국증권금융 등 유관기관 5곳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상장사들의 기업가치 제고를 지원하고자 공동 조성한 펀드다.
유관기관의 결집에도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된 시기 만큼 기대감이 높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국내 증시가 약세를 지속하며 우하향세를 굳히자 외국인은 물론 개인 투자자까지 국내 증시를 외면하는 현상이 짙어지면서다.
실제로 국내 대표지수인 코스피와 코스닥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영향으로 이달(11월 1~22일)에만 각각 1.62%(2542.36→2501.24), 7.14%(729.05→677.01) 떨어졌다.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2조 583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5290억원가량 빼냈다. 특히 개인의 경우,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서 6840억원어치 순매수했으나 이달 매도로 전환된 셈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기업 밸류업 펀드가 현 부진한 증시 분위기를 전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우선 기업 밸류업 펀드의 몸집이 작은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이번에 조성된 기업 밸류업 펀드는 유관기관과 민간의 자금이 각각 1000억원씩 투입돼 2000억원 규모로 형성됐다. 거래소는 밸류업 투자 문화의 조기 정착을 위해 연내 3000억원을 추가 조성을 예고했지만 타 펀드들 대비 규모가 작다는 지적이다.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조 단위 펀드들이 투입되는데 밸류업 펀드는 5000억원으로 규모가 확연히 작다. 나아가 올 들어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조 단위 펀드를 새롭게 선보이는 점들을 고려하면 별다른 투자 매력도가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증시 회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현 시장 분위기에선 그 영향력마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달 초 출시된 밸류업 ETF에 대한 자금 유입이 시장 기대치보다 저조한 점 역시 밸류업에 대한 시장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으로는 밸류업 펀드가 국내 증시에 반등 국면을 마련할 수 있지만 특정 업종에 제한되고 단타만 유도하는 데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거래소가 연내 밸류업 지수 리밸런싱(구성종목 변경)을 예고한 가운데 밸류업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금융·통신 업종 중심으로만 수혜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밸류업 펀드 투입만으로는 증시 부양에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그러면서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 회복과 기업·주주가치 제고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 개정을 비롯해 밸류업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주주가치를 무시한 기업 제재 조치 등에 대한 정책 및 수단이 필요하다고도 촉구했다. 밸류업 성공을 위해서는 정책이나 기업의 개선 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직접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자들이 투자에 나설 만한 환경이 형성되지 않는 이상 시장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당국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한다면 증시 활성화는 물론 밸류업 관련 투자에도 자연스레 기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