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들에 드리워진 먹구름...CEO 인사 영향 ‘주목’
입력 2024.11.21 07:00
수정 2024.11.21 11:10
지점 통폐합·인력 감축 등 경영 효율화 조치 잇달아
생존 위한 변화 조짐 속에 대표이사 교체 여부 ‘촉각’
중소형 증권사들이 올해 실적 악화로 인해 경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연말 및 연초 인사에서 세대교체 등 변화의 흐름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형사와의 실적 온도 차가 커지고 구조조정 이슈까지 대두된 상황이어서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릴 수 밖에 없게 됐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형 증권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중소형 증권사들이 최근 지점 통폐합과 인력 감축 등을 통한 경영 효율화 조치에 나서고 있어 향후 인사에서도 이같은 변화의 기조가 반영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교보증권은 최근 전국 25곳의 지점 중 7곳을 이전해 18곳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점포 대형화 트렌드에 맞춰 지점 통합을 통한 지역 거점화를 꾀해 경영 및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조치다.
통합 대상이 되는 지점과 시기는 구체적으로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인력 감축은 없다는 방침이지만 사측의 이러한 움직임에 노조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노사 갈등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SK증권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기존 25개 지점을 20개로 통폐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으로 iM증권도 기존 19개 지점을 11개 지점으로 줄이는 작업을 내달 완료할 계획이다. iM증권의 경우, 근속 연수 15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인력 감축도 단행한 상황이다.
이러한 중소형사들의 일련의 조치들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이슈로 인해 대형사에 비해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위기를 타개해 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경영 효율화를 꾀하지 않고서는 내년 이후 업황이 회복되더라도 실적 개선을 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기업금융(IB) 등 사업부문별 실적이 상호 보완적 구조가 잘 갖춰진 대형사들과 달리 중소형사는 그렇지 못해 몇 년전부터 실적 쏠림과 양극화 현상이 심화돼 왔다”며 “중소형사는 경영 효율화를 꾀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협받을 정도의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중소형사들의 변화 움직임으로 인해 향후 인사에서 대형사보다는 중소형 증권사 CEO들의 거취가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중소형 증권사들 중 교보증권, 다올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IBK투자증권, LS증권, SK증권 등 7곳은 내년 3월 CEO 임기 만료가 예정돼 있다. 대형사들과 비교하면 격차는 있지만 이들 중에서도 실적 선방에 성공한 회사들도 있어 천편일률적인 기준이 적용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최근 경영 효율화를 위한 점포 통합 검토로 구조조정 이슈가 대두된 교보증권의 경우에도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330억원으로 전년동기(600억원) 대비 배 이상 증가한 상태다.
반면 다올투자증권(-171억원)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충당금 영향으로 오히려 전년도(-124억원)에 비해 적자 폭이 커진 상태다. SK증권의 경우, 올 3분기까지 525억 순적자로 전년동기(226억 흑자) 대비 적자 전환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과 글로벌 금융 시장 불확실성 증대 등 시장 환경을 둘러싼 변수가 많아지면서 실적과 경영효율화 등과 별개로 업계 전반에서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맟춰진 인사가 단행되면서 CEO 교체도 최소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들 중 상대적으로 장수하고 있는 CEO들의 연임 여부가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부터 5년 째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김원규 LS증권 사장을 비롯, 2020년부터 대표이사직을 맡아온 고경모 유진투자증권 사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지난 2022년 12월 취임한 전우종 SK증권 사장도 재신임 여부에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대형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대교체 등 변화의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올해 실적 성과를 내세우기는 어려운 실정이어서 대표들의 거취가 더욱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