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빅! 돈 못 드립니다" AI가 거르는 기업대출 '두 얼굴'
입력 2024.11.21 06:00
수정 2024.11.21 09:46
빅데이터 활용 심사 도입하는 은행
연체율 관리 해법으로 주목되지만
中企에겐 더 높은 '문턱' 될 우려도
은행권의 기업대출 부실을 해결할 열쇠로 인공지능(AI) 기술이 떠오르고 있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리스크가 큰 기업을 자동으로 걸러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에서는 치솟는 연체율을 관리하기 위해 양적인 대출 조이기보다 효율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한계기업 등 중소기업의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AI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심사 전략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기업대출을 내기 위해 은행에서 진행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돕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번 AI 시스템은 재무·비재무 정보와 대안정보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회사의 규모와 업종을 파악하고, 차주 특성을 반영해 여신을 판정한다. 농협은행 측은 "영업경쟁력을 강화하고 건전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이 이같은 기업대출 심사시스템에 AI를 활용하는 배경에는 치솟는 기업여신 연체율이 있다. 농협은행의 올 3분기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69%로 전 분기 대비 0.18%포인트 상승했다. 다른 국내 은행의 기업여신 연체율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 0.3% ▲신한은행 0.3% ▲하나은행 0.37% ▲우리은행 0.34%로 농협은행이 2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의 AI 기업대출 심사시스템이 기업대출 풍선효과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여전히 불어나는 기업대출은 은행권 전체의 뇌관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총 830조37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다.
이는 은행들이 자산을 늘리기 위해 기업대출 중심으로 전략을 설정한 탓이다. 가계대출 증가가 폭발적이자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에 억제를 걸었다. 이에 은행들은 기업금융 강화를 목표로 정하고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기업여신이 늘어나면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 또한 증가하는 구조다. 기업대출은 비교적 담보가 확실한 가계대출보다 위험가중자산(RWA)에 더 높은 가중치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특히 밸류업 역량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이 떨어지면 주주환원 역량도 줄어든다. CET1 비율은 CET1을 RWA로 나눈 지표기 때문에 분모인 RWA가 커질수록 CET1비율은 낮아진다.
일각에서는 해당 시스템이 빅데이터에 기반해 평가를 시행하는 만큼 부실 위험이 큰 중소기업은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계기업이 잡을 동아줄이 사라지면서 기업 간 격차가 더 벌어진단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AI 기업대출 평가시스템으로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건전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역시 기업의 역량과 상황에 따라 안정적인 RWA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