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로 공공주택 임대료 내기 어려워진다…이익에 밀려난 서민금융
입력 2024.11.20 10:39
수정 2024.11.20 10:53
사업 뛰어든 8곳 중 절반은 종료
수익성 기대했지만…이용률 저조
비효율 사업 정리에 중단 '릴레이'
공공주택 임대료를 신용카드로 결제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비효율적인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관련 자동납부 서비스를 잇따라 중단하고 있어서다. 이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민을 위한 금융 서비스에 대해서는 보다 융통성 있게 다가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하나카드는 다음 달 3일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전북개발공사 임대료 카드 자동납부 서비스 신규 접수를 중단한다. 기존에 자동납부를 신청한 고객 또한 내년 3월 6일부터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현대카드도 내년 2월 1일부터 LH공사, SH공사 임대료 자동납부 서비스를 일제히 종료한다. 이에 따라 하나카드 및 현대카드로 임대료 자동납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서비스 종료일 전에 결제 방식을 바꿔야 한다.
카드사들은 지난 2016년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카드 납부 서비스에 진출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임차인은 임대료 납부와 수납이 쉬워짐은 물론, 카드로 납부할 수 있게 돼 부담을 덜었다.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BC·NH농협 등 카드사 8곳은 매출과 가맹점 수수료 수익을 기대하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낮은 수익성과 이용률로 카드사들은 점차 발을 빼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카드는 지난 2019년 임대주택 및 상가 임대료 카드납부 서비스 운영을 중단했으며, 농협카드도 지난 2020년 SH공사 임대료 자동납부 서비스를 종료했다.
내년에 하나카드와 현대카드도 해당 서비스를 종료하면 사업에 뛰어든 카드사 8곳 중 절반이 서비스를 종료하는 셈이 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신규 고객 유치 및 락인 효과는 물론 수익성을 기대하며 공공임대 임대료 카드 자동납부 서비스에 뛰어들었지만, 실질적으로 이용자가 적어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철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이 수익성 확보도 좋지만 공공사업인 만큼 융통성 있게 다가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현금 여력이 없는 서민들이 카드를 통해 임대료를 납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익성 악화에 처한 카드사들이 비용절감이라는 이유로 자동납부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주택은 공공사업인 만큼 서민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다가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