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윤관의 과테말라發 '나비효과'…꼬리문 의혹들 [데스크 칼럼]
입력 2024.11.19 08:45
수정 2024.11.19 09:15
LG 맏사위 윤관, 들통난 1993년 과테말라 국적
軍면제 '꼼수'의 나비효과
조사 후 불법면제 사실 땐 일벌백계해야
LG가(家)의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도 자신이 저지른 일이 이렇게 번질 줄 몰랐을 거다. 윤관의 거짓말은 나비효과를 낳았다.
1993년 가짜 과테말라 국적으로 시작한 사건은 군입대 시기(25~29세)를 고의로 피했다는 시비로 이어지고, 한국→과테말라→미국으로 이어진 국적 세탁은 역외 탈세 의혹과 주식 부정거래 수사를 거쳐, 이제 LG가 상속 분쟁 배후설로 커졌다. 유명 연예인 아내와의 구설과 삼부토건 창업자 손자인 조창연 전 BRV코리아 고문과의 법적 분쟁도 꼬리를 물고 전개되고 있다.
이에 검찰은 윤관·구연경 부부의 미공개 정보 이용 및 선행매매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고 아내를 둘러싼 허위 사실 유포로 곤욕을 치른 모 배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가히 '윤관 나비효과'라 부를 만하다.
나비효과란 한 나비의 단순한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의 날씨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1972년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N. 로렌츠가 처음 발표한 후 다양한 사회 현상을 해석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큰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제1차 세계대전은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세르비아인에게 저격당한 사건이 시발점이 됐다. 윤관 나비효과로 치면 최근에야 전모가 드러난 1993년의 과테말라 영주권 취득이 그렇다. 그는 그동안 과테말라의 영주권(1993년)과 시민권(2000년)을 차례대로 획득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과테말라 이민 당국에 의해 모두 거짓말로 밝혀졌다.
더욱 황당한 것은 윤 대표 자신이 과테말라 국적인 양 2004년 위조 여권 등을 법무부에 제출해 국적상실 신고를 하고 군입대를 피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법무부와 병무청의 행정 절차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만약 이런 사실들이 당시 밝혀졌더라면 윤 대표의 운명도 병역 기피 논란으로 입국이 금지된 가수 유승준의 그것을 뒤따랐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면 2005년 미국 영주권 취득과 123억원 규모의 역외 탈세도 힘들었을 게 틀림없다. 2006년 고 구본무 LG 선대 회장의 맏딸인 구연경 현 LG복지재단 대표와 결혼해 상속 분쟁에 배후로 지목되거나 부부가 호재성 미공개 정보로 주식을 매수해 검찰 수사를 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번 흘러가 버린 일을 없던 일로 하거나 마음먹었던 대로 되돌린다는 건 불가능하다. 병무청과 국세청, 법무부 등 국가기관이 제 기능을 못 해 부적격자가 걸러지지 않았다 해도, 그로 인해 병역 비리·탈세 등 공동체 질서가 짓밟혔어도 달리 손쓸 방법이 없다.
다만 병역 의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 중에서도 핵심 가치에 속한다. 특히 사회 지도층의 일탈은 모방을 통해 순식간에 전염될 수 있어서다. 지금이라도 가능하다면 법무부 등 관계기관 공조를 통해 윤 대표의 국적 세탁이 병역 회피를 목적으로 한 것인지를 최대한 가려내 경종을 울려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사실이라면 윤 대표가 떵떵거리며 행세할 수 있는 건 막아야 한다. 거친 예를 들자면 적어도 국내에서 취업을 하거나 사업을 하기 어렵게 해야 한다. 여론에 의해 사회적 지위를 말살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때로는 작은 일에서 엄청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아마존 나비의 작은 날개 짓이 미국에 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그 나비효과다. 하나(한명)만 바꾸면 모든 것이 바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