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합병 시장 ‘꽁꽁’…깐깐해진 당국 심사에 증권사 ‘우울’
입력 2024.11.19 07:00
수정 2024.11.19 07:00
상장 심사 승인·청구 건수 모두 감소
KB제25호스팩 등 심사 철회는 급증
상장 수요 감소에 합병 후보 찾기 ‘난항’
최근 금융당국의 관련 규제 강화에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이 얼어붙은 모양새다. 이에 업계에서는 기업들의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합병할 기업을 찾지 못하고 청산절차를 밟는 스팩들이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의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지난 18일 기준) 들어 스팩 합병 상장 승인 건수는 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건)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상장예비심사 청구 또한 지난해 32건이 진행됐으나 올해는 23건에 그쳤다.
스팩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이란 유일한 목적으로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로 대개 증권사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된다. 해당 종목들은 증시에 오른 뒤 비상장 우량기업과의 합병을 추진하는데 이를 스팩 합병 상장이라고 한다.
앞서 스팩합병 상장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이나 일반 청약이 없어 변수가 적은 편이라 일반 기업공개(IPO)에 상장 절차가 비교적 수월해 기업에 큰 인기를 끌었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스팩 합병에 대한 ‘현미경 심사’를 이어가면서 예비심사 단계에서 상장 절차를 취소하는 등 시장 위축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은 스팩상장 기업에 대해 영업실적 사후 정보가 충실히 공시되도록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기준 올해 스팩 합병 절차를 진행하다가 철회한 곳은 11곳으로 나타났다. 스팩 합병 철회 건수는 2022년 3건에서 지난해 13건으로 증가한 뒤 올해도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에만 초음파 센서 전문기업 센서텍과 스팩 소멸합병 상장을 추진하던 KB제25호스팩, 줄기세포 전문기업 미라셀과 합병으로 코스닥 입성을 노리던 KB제21호스팩 등이 상장 예비 심사를 철회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스팩 합병을 통해 증시에 이름을 올린 종목들의 주가 또한 연일 약세를 기록하면서 해당 방법을 통해 상장하기를 원하는 기업들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들어 스팩합병으로 상장한 새내기주는 12곳인 가운데 해당 종목 모두 상장 당시 대비 주가가 약세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 싸피앤반도체는 9950원에 거래를 마감했는데 이는 상장 당일 종가(4만7750원) 대비 79.2% 내린 수준이다.
이처럼 스팩 시장에 대한 인기가 식으면서 합병을 기업을 찾지 못하고 상장 폐지되는 스팩들이 계속 나올 경우 증권사들의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스팩은 상장 후 3년 동안 합병기업을 찾지 못하면 상장폐지를 위한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이에 합병 절차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상장 후 2년 7개월 안에 합병 기업을 찾아야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올해 상장폐지가 완료 및 진행 중인 스팩은 10개다. 이미 작년 전체(9개)를 이미 뛰어넘은 가운데 기업공개(IPO)가 활황이었던 지난 2022~2023년 증권사들이 스팩을 무더기로 상장한 것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해당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기관은 물론 소액주주도 합병 기업이 고평가됐다고 판단하면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스팩 시장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며 “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금융당국 심사도 엄격해지고 있어 증권사들이 합병 기업을 찾는데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