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단축" "탄핵발의"…야권은 윤 대통령 '거취 압박' 총공세
입력 2024.11.05 06:00
수정 2024.11.05 06:00
野, 탄핵·임기 2년단축 개헌·하야 등 거론
"거취표명 해야" "대통령 자격있나" 성토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된 직후 정국이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악화된 민심을 등에 업은 야권이 윤 대통령의 거취에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은 윤 대통령을 둘러싼 공천 개입 의혹에 더해, 대통령이 시정연설까지 불참하자 당장의 거취 결단을 촉구하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주철현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을 '양치기 소년'에 비유한 뒤, "신뢰를 앞장서 내팽개친 거짓말쟁이 대통령에게 국민이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은 바로 거취표명 뿐"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에 대해서도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파상공세를 가했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은 지난 2013년 이후 11년 만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시정연설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체 무슨 생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가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현재 야권에서 거론되는 윤 대통령 거취 관련 의제는 △탄핵소추안 발의 △임기 2년 단축 개헌 △하야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이나 하야 등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삼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윤 대통령과 명 씨의 육성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한 이후 정국 주도권을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힘과 비슷한 30%대 지지율,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15일)·위증교사 사건(25일) 1심 결과가 나오기 전 섣불리 나섰다간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추이에 따라 유동적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거취에 대한 입장'을 묻자 "추후 진행되는 과정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고, 민주당이 지금 거기까지 입장을 정할 필요는 없다"며 "가장 중요한 건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달리 탄핵 추진에 따를 정치적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조국혁신당은 이달 중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초안'을 공개할 방침이다. 조국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안 초안은 국민이 직접 문구를 보태고 수정하는 '국민참여형, 신문고형' 탄핵소추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당은 탄핵에 민주당이 다소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자 "역풍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고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황현선 혁신당 사무총장은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탄핵을 하지 않음으로써 일어날 역풍에 대해 우려를 해야한다"며 "머지 않은 시간에 (민주당에서도) 탄핵안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보당도 최근 윤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고 연말까지 탄핵 국민투표 결과를 취합해 공개할 계획이다. 김재연 진보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진보당 창당 7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진보당은 가지고 있는 모든 조직력과 헌신성을 바탕으로 '퇴진 광장'을 여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과 혁신당 소속 의원 20명은 윤 대통령 임기를 2년 줄이는 개헌안 추진을 위한 '임기단축 개헌 의원 연대'를 결성한 상태다. 이들은 "탄핵 절차가 진행돼도 보수화된 헌법재판소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며 "원칙과 현실을 고려하면 임기단축 헌법 개정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론의 흐름에 따라 보다 (윤 대통령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더 구체적인 스탠스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 당은 탄핵과 임기 2년 단축 개헌 투트랙으로 가는 노선 어디든 자유롭다"면서도 "탄핵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것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