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 160조…“연금계좌 맞춤 상품으로 장기 성장 유도해야”
입력 2024.11.04 17:16
수정 2024.11.04 17:18
ISA 투자 비중 30% 돌파…세제적격 계좌 활성화 필요
투자 선택지 확대 목소리…“채권형 ETF 수요 충족해야”
동일 종목 투자한도 10% 제한 등 시장 제도 개선 촉구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규모가 16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장기적인 투자 수요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연금계좌 맞춤형 상품 개발이 요구된다는 운용업계 진단이 나왔다. 현재 국내 시장에선 다소 규모가 작은 채권형 ETF에 대한 시장 니즈를 충족하고 ETF 시장의 제도 개선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임종욱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마케팅본부 팀장은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Korea Capital Market Conference 2024’에서 “대표적인 절세 계좌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을 통한 ETF 투자 비중이 30%를 돌파한 만큼 세제 적격 계좌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팀장은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에서 ETF 투자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상장된 ETF가 많지만 주식형에 편중된 상황”이라며 “상품 제공사인 운용사들이 자산 배분 측면에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시장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기훈 신한자산운용 ETF컨설팅 팀장 역시 절세계좌 투자용 ETF에 대한 상품 개발이 이뤄질 필요가 크다고 공감했다. 절세계좌라는 ETF 투자 플랫폼이 한층 진화하면서 투자자들이 활용할 투자 수단이 늘어났다는 이유에서다.
천 팀장은 “지난 20년 동안 ETF 시장에는 2010년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도입, 코로나19 이후 해외 테마형 ETF 투자 증가 등 두 번의 성장 모멘텀이 있었다”며 “세 번째 성장 모멘텀은 절세계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절세계좌 내 ISA, 연금저축·퇴직연금 등과 같은 제도들의 차이점이 존재하기에 각각의 디테일을 맞춘 상품 개발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의 자기 주도형 투자가 늘어난 만큼 투자자들의 수요와 니즈를 충족한 상품 개발이 ETF의 장기적 성장을 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권형 ETF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채권형·금리 연계형 ETF의 규모는 지난 2015년 4조원에 불과했으나 현재 60조원이 넘는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처럼 채권형 상품에 대한 시장 니즈가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ETF들이 출시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안정진 삼성자산운용 ETF 컨설팅본부 팀장은 “현금 유동성 관리가 가능한 금리 연계형 ETF부터 초단기·초장기 ETF까지 다양한 채권형 상품이 시장에 상장돼 있다”며 “지난 2022년 존속기한이 있는 채권형 ETF에 한해 상장이 허용되면서 만기 매칭형 상품들도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ETF 시장을 살펴보면 주식형 대비 채권형 상품의 갯수가 적고 규모도 작다”며 “제도적 개선과 함께 ETF 공급자들이 발맞춰 (채권형) 상품을 선보인다면 장기 투자가 이뤄지는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TF 시장에서 제도 개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육동휘 KB자산운용 ETF 마케팅실장은 “연금계좌 혹은 세제혜택 계좌에서 투자한다고 가정했을 때, 국내 주식시장의 발전과 동행해야 장기적인 투자 수요를 늘리는 길”이라며 “ETF 내 동일종목 투자한도를 10%로 제한하는 등 과거 적용됐던 제도를 완화해 투명한 투자를 독려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마케팅본부장도 “당장의 법 개정이 아니더라도 ETF 소수점 매매, 제도적·기술적 측면의 해결책, 거래소 차원의 규정 보완 등을 통해 국내 상장된 ETF 투자 방향을 보완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