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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 손대는 기재부, 스스로 ‘건전 재정’ 가치 망쳤다 [기자수첩-정책경제]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4.11.04 07:00
수정 2024.11.04 07:00

2년 연속 수십조원 세수 펑크 가시화

외평기금 이어 청약통장도 끌어다 써

사용처 정해진 세금도 ‘휘뚜루마뚜루’

대책 없는 건전 재정, 소신 아닌 ‘오기’

기획재정부 전경. ⓒ데일리안 DB

살림을 살다 보면 적자가 나는 때도 있다. 매달 똑같은 금액을 버는 월급쟁이마저 사정에 따라 수입이 늘었다 줄었다 하기 마련이다.


나라 살림도 다르지 않다. 정부 의지와 달리 경제가 위축하면 거둬들일 세금이 예상에 못 미칠 수 있다. 다른 나라와 관계가 중요한 수출입 상황은 더욱 예측이 힘들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외풍(外風)에 더 흔들리기 마련이다.


다만 계속되는 적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수입이 예상을 밑도는 이유는 분명히 분석해야 한다. 지출이 헤픈 탓인지, 아니면 월급이 쥐꼬리인 게 문제인지 들여다봐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우리 정부 살림은 56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30조원가량 세수 결손이 확실해 보인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살림이라면 정부 정책 어딘가 문제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한 첫째 원인은 안팎으로 어려운 경제 사정이다. 정부는 때마다 ‘내일은 우리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외쳤지만, 현실은 달랐다. 얼어붙은 내수는 여전히 봄을 맞지 못했다. 수출은 좋고 나쁘고를 반복하며 위기를 박차고 나갈 동력을 모으는 데 실패했다.


그 결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건국 직후와 전쟁, 외환위기, 코로나19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1%대 성장은 최초다. 올해도 1%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원인은 감세 정책이다. 감세 효과를 두고 갑론을박할 수 있겠으나, 감세로 세수가 줄어든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정부 출범하자마자 법인세를 낮춘 것은 물론 유류세 감면도 벌써 3년 넘게 이어가는 중이다.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율을 낮췄음에도 올해 법인세는 예상보다 14조원 이상 부족할 것이 확실하다. 정부 감세 정책은 기대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 이유는 정부의 오판이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안을 짤 때 올해 경기 회복을 낙관했다. ‘상저하고(상반기 경기가 나빴다가 하반기 좋아진다는 전망)’를 외쳤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정부는 올해 경기 회복을 자신했다. 현실은 연말이 다 되도록 ‘하고(下高)’가 없다. 경기 예측 실패 후폭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도 없다.


네 번째 이유는 정부 욕심과 정책적 ‘오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경제·재정 정책은 애초 모순된 측면이 많았다. 대표적인 게 건전 재정과 감세다. 정부는 곳간을 든든히 하겠다면서도 곳간을 채울 세금은 깎아줬다. 경제가 계속 어려웠지만 건전 재정을 이유로 돈 쓰기에 주저했다. 재정 수혈이 없는 내수는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다.


“건전 재정이 경제 성장 족쇄”


정부는 구멍 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각종 기금을 끌어다 쓰기로 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기금을 끌어다 쓸 계획이 없다고 했는데, 그사이 말을 바꿨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이어 가장 먼저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서 4~6조원 정도를 가져다 쓸 예정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낼 교부금도 6조5000억원 정도 줄일 계획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국민 주택청약 자금을 주요 재원으로 하는 주택도시기금에서도 최대 3조원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국유재산관리기금과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각각 3~4조원, 올해 불용(쓰지 않은) 예산도 최대 9조원까지 끌어다 쓸 예정이다.


지난해와 올해 합쳐서 90조원 가까운 적자가 발생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거의 병적으로 국채 발행을 거부하고 있다. 건전 재정이라는 정책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돈이 없음에도 빚을 내지 않겠다는 ‘용기(?)’는 가상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국채 발행을 하지 않겠다는 용기가 오히려 건전 재정의 가치를 상쇄시키고 있다. 정부가 건전 재정이라는 덫에 빠져 스스로 경기 대응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는 정책 신뢰성 훼손으로 이어진다.


국채 발행 대신 기금으로 돌려막기 하는 게 정부 재무 상태를 더욱 좋게 한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은 돈(재정)을 써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정부 건전 재정 기조가 역으로 경제 성장을 발목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건전 재정에 매몰돼 법으로 명시한 지방 교부금도 줄이고, 국민 주머니에서 나온 주택도시기금을 쓰겠다는 정부다. 사용처를 정해놓은 세금마저 휘뚜루마뚜루 쓰겠다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정책 신뢰를 갉아 먹는 행위다.


이쯤이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이번 정부 건전 재정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절대 수정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 영역인지 말이다.


나아가 건전 재정에 대한 당국의 굳건한 신념이 지금에서는 ‘오기’를 부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참고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오기(傲氣)는 ‘능력은 부족하면서도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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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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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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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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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대순
  • 앞으로뒷태 2024.11.04  08:02
    기획 재정부 좋아하네. 무기획 똥파리부다. 요즘 재경고시 아무나 붙나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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