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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없애는 '진짜 이유'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4.11.01 11:02
수정 2024.11.01 11:11

4대 은행 누적 대출 증가액 목표치 넘어

조기 상환 유도해 대출 총량 축소 효과

당국 압박까지…내년부터 수수료 '절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사옥 전경.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일부 은행들이 만기 전 대출을 갚을 때 물게하는 중도상환수수료를 한시적이나마 면제하겠다고 나섰다. 은행들은 고금리 차주들의 대출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가계부채를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엄포에 떠밀리는 와중, 조금이라도 대출 증가세를 제어해 보려는 포석이 담긴 행보로 풀이된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이날부터 30일까지 중도상환수수료를 한시 면제한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차주가 예정보다 일찍 대출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을 때 은행에 내는 일종의 위약금이다. 위약금을 내는 이유는 은행들이 대출 만기를 고려해 자금 운용 계획을 세우는데, 대출이 조기 상환되면 은행 이자 수익이 줄어들고 자금운용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계약 위반에 따른 수수료인 셈이다.


중도상환수수료는 현행 법상 원칙적으로 부과가 금지되지만, 소비자가 대출일로부터 3년 안에 상환하면 예외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 고정금리의 경우 0.8~1.4%, 변동금리는 0.7~1.2%의 수수료를 받는다. 주택담보대출이 몇 억원 대인 점을 고려하면 중도상환수수료도 몇 백만원 규모다.


그런데 연말을 앞두고 은행권에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등 정책상품을 제외한 모든 가계대출 상품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한다. 별도 신청 없이 고객에 영업점에 방문하거나 비대면으로 상환 시 자동 면제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이달 말까지 중도상환수수료를 전액 감면한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달 25일부터 이같은 조치를 시행해 왔다. 올해 9월 30일까지 실행된 가계대출에 한해 적용되며 기금대출, 유동화대출(보금자리론, 디딤돌 유동화 조건부 등), 중도금·이주비 대출, 10월 1일부터 신규된 대출은 제외다.


이같은 조치로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행으로썬 연말을 앞두고 가계대출 총량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의도가 더 크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강도높은 대출 규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주요 은행들은 금융당국에 제출한 가계대출 증가 연간 목표치를 이미 초과한 상태다. 지난 8월 21일 기준 KB국민·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 등 4대 은행 모두 누적 대출 증가액이 연간 목표치를 넘어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식으로 상환을 유도해 대출 잔액을 줄이기 위함"이라며 "금리인상기에는 한시적 면제에 따른 효과가 있는데, 이번에도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중도상환수수료 경감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내년 1월부터 중도상환수수료를 절감 조치를 시행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30일 월례기자간담회에서 "주요 시중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를 시뮬레이션해 보니 현재 수준의 절반 정도까지 내릴 수 있다는 잠정 결과가 나왔다"며 "주담대 중도상환수수료는 현재 약 1.2~1.4%에서 0.6~0.7%, 신용대출은 0.6~0.8%에서 0.4% 수준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중도상환수수료 개편을 공식화하고 올해 3월부터 본격 준비를 시작했다. 금융권에서 구체적인 산정기준을 두지 않고 중도상환수수료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은행권은 내규 정비와 시스템 구축 등을 이에 맞춰 손질하고 있으며, 먼저 준비를 마친 은행은 그 이전부터 시행토록 할 방침이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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