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은 조이면서 신생아 특례는 풀어준다는데”…실수요자 혼란
입력 2024.11.01 06:46
수정 2024.11.01 06:46
가계대출 관리 vs 저출생 극복, 상충하는 정책 방향
디딤돌 대출 한도는 낮추고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요건은 완화
“일관되지 못한 행보는 문제지만…정책적 타당성은 충분”
가계대출 관리와 저출생 극복이라는 두 가지 목표 하에 정책대출의 축소 완화 여부가 갈리면서 부동산 시장의 혼선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정부가 디딤돌 대출 한도는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출생률을 회복하기 위해 신생아 특례대출의 문턱은 낮추기로 해서다.
1일 정부에 따르면 내년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기준이 2억5000만원으로 완화될 전망이다. 내년 이후 출산한 가구를 대상으로 3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해준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년 중 주택도시기금 운용계획 변경 및 시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반면 신생아 특례대출을 제외한 디딤돌 대출에 대해서는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디딤돌 대출은 무주택 서민에게 저리로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연소득 6000만원(신혼부부 85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5억원(신혼부부 6억원) 이하의 주택을 매매할 때 최대 2억5000만원(신혼부부 4억원)까지 대출해준다. 금리는 연 2~3%대다.
최근 디딤돌 대출이 가계부채의 뇌관이 됐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생애 최초 구입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에서 70%로 줄이고, 소액 임차보증금액(서울 기준 5500만원)을 대출금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디딤돌 대출 잔액은 올해 1월 34조717억원에서 지난 9월 52조5430억원 수준으로 크게 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추겼다.
이와 맞물려 신생아 특례대출에 대한 소득기준 완화 방침도 시점을 저울질하며 미뤄지고 있다.
디딤돌 대출의 한 유형인 신생아 특례대출은 지난 1월 출시돼 현재 부부합산 연 소득이 1억3000만원 이하인 출산·입양 가정을 대상으로 대출을 내주고 있다.
정부는 점진적으로 신생아 특례대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를 넓히기 위해 올해 연 소득 기준을 2억원, 내년 2억5000만원까지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수요자들의 영끌 수요를 흡수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 잔액은 올해 2월 1976억원에서 9월 4조7793억원으로 급증했다.
물론 정부는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소득요건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가계대출과 저출생 지원의 기로 속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 행보로 실수요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행보가 혼란을 주기는 했지만 가계대출 관리와 저출생 지원 모두 당장 필수적으로 논해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저출생 대책은 국가 존망이 걸려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유지하는 것이 맞다”며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해지고 가격이 폭증했기 때문에 이를 조절하기 위한 방향의 정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가 되는 것은 정책이 오락가락 하고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이지 대부분은 가계부채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도 “신생아 특례대출은 저출생 대책 일환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 완화나 강화 측면에서 논의가 될 부분은 아니다. 집값 컨트롤 해야 하지만 출산율도 중요하다”며 “신생아 특례대출은 디딤돌 대출의 종류이긴 하지만 출산 가구에 한정된 대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디딤돌 대출 규제에 대해서는 “통상 대출을 풀어주는 것은 쉽지만 조이는 것은 반발이 크기 때문에 어렵다. 정부도 이를 감안하고 추진하는 것”이라며 “대출 잔액이 증가하는 부분에 대한 관리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