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김대건 신부 표착 기념성당(순교 사적지) [한국의 아름다운 성당 50선⑯]
입력 2024.10.30 15:09
수정 2024.10.30 15:10
조남대 사진작가가 선보이는 한국의 아름다운 성당들
한경해안로를 기분 좋게 자동차를 달리다 보면 멀리 차귀도가 보이는 듯하더니 조그만 항구인 용수포구에 닫는다. 바다는 깊이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 방파제 안쪽 요트정박장에는 요트와 함께 오징어 배들이 집어등을 달고 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바로 건너편에 뾰쪽한 탑 위에 십자가가 보이는 김대건 신부 표착기념성당과 김대건 신부님이 중국에서 타고 오신 배 모양을 본뜬 기념관이 나란히 눈앞에 보인다. 성지 입구에는 김대건 신부님이 높은 단위에 서서 반긴다.
한국인 최초로 1845년 8월 17일 상해 김가항성당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김대건 신부님이 1845년 8월 31일 페레올 주교와 다블뤼 신부 및 조선 신자 등 일행 13명과 함께 라파엘호를 타고 한양을 향해 귀국하던 중 큰 폭풍우를 만나 표류하다가 9월 28일 이곳 용수리 해안에 표착하였다.
김대건 신부 일행은 죽음에서 구해주신 것에 감사하며 이곳에서 비밀리에 미사를 봉헌한 뒤 배를 수리한 후 한강 마포나루를 향해 다시 북상하다 10월 12일 금강 하구의 나바위로 올라가 복음선포에 전념하였다.
당시 조선의 대외 강경책으로 인해 서울 주변의 경계가 강화되고 강에 들어오는 모든 배를 세밀하게 조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그들의 표류는 오히려 하느님의 섭리라고 할 것이다.
이에 천주교 제주교구는 1999년 용수리 해안을 성지로 선포하고 제주지역에서 열린 한국인 최초 신부의 미사와 성체성사를 기념하고 김대건 신부의 순교 정신을 오랫동안 새겨두기 위해 용수리 해안에 김대건 신부 제주 표착 기념성당과 기념관을 세웠다. 또한,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중국을 오갈 때 이용한 '라파엘호'를 복원하여 전시하고 있다. 김대건 신부가 항해 중에 간직했던 '기적의 성모 상본'을 바탕으로 제작된 성모상이 지금도 그 곁을 지키고 있다.
성당 외부 벽면은 흰색을 칠해져 있으며, 지붕에는 등대 모양의 기둥 위에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성당 내부는 양쪽으로 신자석이 놓여 있으며,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햇볕이 성당의 분위기를 온화하게 밝혀 준다.
기념관 1층에는 조선 시대 순교자들이 형벌을 받을 때 사용했던 칼, 방망이, 형틀 등 고문 형구들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김대건 신부의 흉상과 복제한 턱뼈, 마지막 옥중 서신, 주요활동 연표, 유해 보존현황과 라파엘호 제작 과정 등이 전시되어 있다.
성당 마당에는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으며, 그 옆 유채밭에는 꽃이 활짝 피어 있고 앞바다에는 차귀도가 평화롭게 떠 있다. 가슴이 확 트인다. 성당에는 단체로 성지순례를 온 신자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그 당시의 순교 정신을 되새기는 한편 마음속으로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 역력한 것처럼 보인다.
한경해안로를 달려오다 보면 바닷가에 김대건 신부의 동상과 기도를 할 수 있는 14처가 마련되어 있으며, 주변의 해안 난간의 큰 돌을 무지개색으로 칠해진 해안길을 볼 수 있다.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용수1길 108
전화번호 : 064-772-1252
주변 가볼 만한 곳 : 차귀도. 신창풍차해안도로, 환상숲곶자왈공원, 수월봉지질공원, 생각하는 정원, 방림원
조남대 작가ndcho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