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디딤돌 대출’ 한도 줄인다는데…“노도강 등 외곽지역 직격탄”
입력 2024.10.28 06:40
수정 2024.10.28 06:40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 이어 디딤돌 대출까지
정책대출 위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 정부 규제 나서
“강남권 중심으로 집값 오르는데…상급지와 외곽지역 양극화 심화”
정부가 디딤돌 대출 관련 한도를 축소하는 규제에 나서기로 예고하면서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대출 대상이 5억원 이하의 주택인 만큼 한도 축소 시 오히려 서울 내 선호지역과 수도권 외곽의 주택가격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조만간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 관련 방안을 내놓는다. 지역별, 주택유형별 주택시장 상황을 고려해 비수도권에는 규제 적용을 배제하는 등의 맞춤형 대책이 수립될 전망이다.
디딤돌 대출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저리의 정책 대출이다. 연소득 6000만원(신혼부부 85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5억원(신혼부부 6억원) 이하의 주택을 매매할 때 최대 2억5000만원(신혼부부 4억원)까지 연 2~3%대 금리로 자금을 빌려준다.
한도 내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최대 70%(생애 최초 구입자는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다만 정책대출이 가계대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대출 한도를 조이는 방안을 시사하고 있다.
올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지난달까지 46조5000억원이 증가했는데 여기서 디딤돌(구입)·버팀목(전세) 대출 잔액 증가분이 30조원으로 64%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에 수도권에서 유예기간을 두고 디딤돌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생애최초 구입자에 LTV 기준을 70%로 하향 조정하고 소액임차보증금액(서울 기준 5500만원)을 대출금에서 제외하는 한편 미등기 신축 아파트에 대출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 지역을 비롯해 수도권 외곽 지역 등 중저가 주택이 분포한 곳 위주로 부동산 시장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의 중위주택가격은 6억8113만원으로 디딤돌 대출 대상 주택가격보다 높다.
반면 경기와 인천의 중위주택가격은 각각 3억8330만원, 2억6297만원으로 디딤돌 대출 대상 주택 요건을 충족해 이들 지역 중심으로 서울 상급지와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미 지난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으로 집값 상승세 흐름은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강남 등에서는 신고가가 이어지며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을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8월 둘째 주 0.32% 오르며 5년 11개월만에 최고 상승폭을 보였으나 지난달 이후 상승폭이 축소되다 10월 셋째 주에는 0.09%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 기간에도 똘똘한 한 채 현상 등 강남권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디딤돌 대출 관련 규제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수도권 외곽의 미분양 주택 해소 측면에서도 부정적이란 반응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는 “디딤돌 대출 대상이 되는 가격대의 집값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강남권이나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 집값이 크게 오른 상태고 노도강 지역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며 “디딤돌 대출 규제는 가격 상승과는 상관없는 부분을 규제하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서민들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기 때문에 서민들의 주택 마련은 더 어려워지고 서울 선호지역과 외곽지역의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며 “현 정부가 당초 거래를 활성화시켜 집값을 잡겠다는 기조를 보였는데, 반대되는 행보”라고 덧붙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디딤돌 대출을 축소한다고 해서 서울 집값 안정에는 도움되지 않는다. 서울 내에는 5억원 이하의 아파트를 찾기 어렵다”며 “대체로 정책대출을 받아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 있는 아파트를 실수요자들이 매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부양이 필요한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등에 직격탄이 될 수 있고 미분양 해소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차라리 스트레스 DSR 3단계를 조기 시행하는 것이 명분이 있겠다. 부작용은 생각하지 않고 가계부채를 조이기 위해 단순히 대출 규제 정책을 내놓은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