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3분기 합산 '7조' 놓쳤지만… 미래 자신감 '굳건' (종합)
입력 2024.10.25 17:39
수정 2024.10.26 00:34
어려웠던 3분기… 시장 전망치 밑돈 성적표
합산 매출 69조4481억, 합산 영업익 6조 4622억
성공적 믹스개선, 고환율 호황에도 '미래 대응' 고삐죈다
현대차 품질 확대, 기아 전기차 가속… "공격적 투자"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경기 불황과 일회성 비용 등 들이닥친 악재에도 양호한 실적을 써냈다. 시장에서 기대했던 '합산 영업익 7조'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간 쌓아왔던 브랜드력과 고수익 중심 믹스개선 등이 어려운 시기에 빛을 발했다.
현대차·기아는 자리매김한 고수익 구조가 성공적으로 실적을 방어해주고 있음에도 미래 불확실성 대응에 고삐를 죈다. 현대차는 신속한 의사결정 체제 강화와 품질 확보 방안을, 기아는 볼륨 전기차 확대와 미래 기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기아는 25일 3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열고 매출액은 26조 5198억원, 영업이익은 2조 881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8%, 0.6%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는 3분기 매출액 42조9283억원, 영업이익 3조5809억원을 기록했다.전년 동월 대비 매출은 4.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6.5% 감소했다.
이에 따른 양사의 3분기 합산 매출은 69조4481억원, 영업이익은 6조 4822억원으로 시장의 기대치를 한참 밑돌게 됐다. 앞서 시장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올해 합산 매출을 69조6207억원, 합산 영업익은 7조1302억원으로 전망했다. 매출은 비슷한 수준을 달성했으나, 영업이익은 6000억원 이상 모자르다.
양사의 아쉬운 3분기 성적표는 전기차 캐즘과 함께 자동차 시장에 들이닥친 수요 둔화, 글로벌 불확실성, 일회성 충당금 등의 영향이 컸다. 특히 양사 모두 3분기에 람다2 엔진 품질 이슈로 인한 일회성 비용으로 현대차는 3200억원, 기아는 6300억원의 비용을 썼다.
양사는 1회성 품질비용을 제외하면 올 3분기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을 것으로 봤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전무는 "충당부채 전입액은 2013년에서 2019년까지 북미에서 판매된 그랜드싼타페 람다2 엔진과 관련된 선제적 보증 기간 연장 조치로 인한 것으로, 미국 특성상 토잉(견인)을 많이 사용해 발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기아 역시 "일회성 요인으로 작용한 6310억원의 비용을 배제한 본원적 경영실적으로서 영업이익은 3조 5130억원, 영업이익률은 13.2%로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올해 2분기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양사의 수익성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한 데에는 SUV, 하이브리드 등 고수익 모델 중심의 믹스개선과 재료비 절감, 환율 효과가 더해진 덕이다.
현대차는 전년 대비 올 분기 SUV 판매 비중이 56.5%로 0.9%p 증가했고, 기아 역시 전년(60.2%) 대비 5.2% 증가한 65.4%를 기록했다.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되는 하이브리드차의 증가세는 더욱 급격하다. 현대차는 전년 대비 하이브리드 차 판매 비중이 4.3% 늘어 12.9%를 기록했고, 기아도 28.2%로 2.3%p 늘었다.
양사는 3분기 악재가 유독 많았던 만큼 4분기에 이어 내년, 내후년으로 갈 수록 수요 및 수익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미래 대응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호실적이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은 이미 충분히 갖춰졌지만, 자동차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데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 비우호적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현대차는 '품질 경쟁력'과 '내부 혁신'을 꼽았다. 대내외 복합적인 경영 리스크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근원적인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치밀한 내부 진단 및 과감한 혁신으로 지속적인 성장 모멘텀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리스크 관리 역량 제고를 위해, 주요 시장의 자동차산업 관련 정책 및 규제의 급격한 변동을 적기에 센싱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역량과 이를 뒷받침할 신속한 의사결정 체제를 한층 강화한다. 또 이미 구축을 완료한 ‘품질완결시스템(HIVIS)’을 기반으로 완벽한 품질을 구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 하고, SDV 개발과 연계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미래 품질 경쟁력 제고 방안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전무는 "앞으로도 대고객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가치 아래 한치의 허용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비용이 조금 수반되더라고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전기차 볼륨모델 확대로 전기차 시장에서 수요 확대와 시장 우위를 선점하고, 자율주행, PBV(목적기반 모빌리티) 등 미래 먹거리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그간 '전기차 시장 선도'를 외치면서 볼륨모델이 부진했었던 점을 인정하고, 올해 EV3를 시작으로 EV4, EV5 등 보급형 전기차를 차질없이 출시해 수요와 수익을 함께 얻겠다는 계산이다.
주 부사장은 "지금까지 차종 보면 이른바 '볼륨모델'이라고 할만한 전기차가 없었다. 시장 우려처럼 전기차를 리딩한다고 하면서 볼륨면에서 유의미한 숫자가 안나오는 것도 맞다"면서도 "EV3, EV4, EV5가 나오면 볼륨을 높일 수 있다. 적극적으로 볼륨 신차에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실질적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무엇보다도 리딩할 수 있는 기술확보 부분을 가장 우선해 모든 부분의 의사결정이 진행될 것이고, 이것을 지킬수 있다면 한동안 이에 대한 큰 변화는 없지 않겠나싶다"며 "미래 차별화, 원가혁신 가져올 수 있는 여러가지 미래 기술적인 투자부분, 잠재적인 새로운 사업에 해당할 수 있는 슈퍼널, 자율주행 등의 미래 투자는 지속적으로 적극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가 올 10월부터 시범 생산에 돌입한 만큼, 내년부터는 미국 시장에서의 보조금도 수령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올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내년 IRA에 따른 7500달러의 보조금은 전액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주 부사장은 "메타플랜트는 10월부터 생산을 시작했기 때문에 잘 아시다시피 미국에서의 EV 캐즘, 예상 속도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EV 확대와 하이브리드 증가로 여러가지 조정을 거치고 있고, 아직까지 전체 차종 계획 등 변수가 존재한다"면서도 "배터리 수급이 차종별로 다른 부분이 있지만, 내년부터 7500불 전액을 받을 수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