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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 얼마나 남았나 셀 수 있으니…시민들도 전문가들 '모두 환영' [데일리안이 간다 91]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4.10.25 05:16
수정 2024.10.25 10:03

서울시, 광화문 등 8곳에 적색 잔여 시간 표시 신호등 설치…연말까지 350곳에 확대 계획

시 "신호주기당 적색 신호 횡단자 46% 감소…보행 신호 바라보는 보행자 9.4% 증가"

시민 "신호 변경 시간 정확히 알 수 있어 여유 갖고 신호 대기해…예측 출발도 안 하게 돼"

전문가 "잔여 시간 표시로 무단횡단율 줄일 수 있어…시범 운영 넘어 적극 도입해야"

서울시청 인근에 설치된 '적색 잔여 시간 표시 신호등'.ⓒ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서울시가 보행자 안전 사업 시범 운영의 일환으로 설치한 '적색 잔여 시간 표시 신호등'이 시민, 전문가들에게 적극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시민들은 무엇보다 "예측 출발을 안 하게 된다"며 환영했고, 전문가들은 잔여 시간 표시로 무단횡단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시에 따르면 적색 잔여 시간 표시 신호등은 서울시청, 광화문 월대 앞 등 총 8곳에 설치됐다. 또 올해 말까지 명동, 홍대입구, 강남역 등 총 350곳에 확대 설치할 예정이다.


해당 신호등은 빨간색 불이 사라지기 6초 전까지만 알려준다. 보행자들이 신호 변경을 예측하고 횡단보도에 뛰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시 교통운영과 관계자는 "적색 잔여 시간 표시 신호등 시범 운영을 통해 무단횡단하는 보행자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며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진행한 적색 잔여 시간 표시 도입에 따른 효과 검토 결과에 따르면 신호주기당 적색 신호 횡단자 46%가 감소했으며, 적색 잔여 시간 표출로 보행신호를 바라보는 보행자가 9.4% 증가했다"고 말했다.


신호 변경 5초 전이 되자 적색 신호 아래 잔여 시간 표시가 사라졌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24일 데일리안은 서울시청과 광화문 일대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보행자들과 만나 적색 잔여 시간 표시 신호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광화문에 방문한 김소영(40)씨는 "원래는 핸드폰을 하면서 계속 신호가 바뀌는 것을 확인했는데, 이 신호등은 (신호) 변경 시간을 알 수 있어 수시로 신호등을 보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좋았다"고 밝혔다.


시청역 인근 직장에 다니는 정재환(37)씨는 "평소 횡단보도를 건널 때 차량 신호를 보고 보행자 신호 변경을 예측해 건너지만, 이 신호등은 언제 신호가 바뀌는지 알려줘 여유를 갖고 건너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만난 시민들은 적색 잔여 시간 표시 신호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시가 지난 3월 시민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만족한다'는 의견이 82%에 달했으며 '확대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74%인 것으로 집계됐다.


신호등에 적색 신호 잔여 시간이 표시된 가운데 보행자들이 신호 대기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적색 신호의 잔여 시간을 표시해 주는 것은 보행자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예를 들어 잔여 시간을 알려주지 않으면 언제 신호가 바뀌는지 모르기 때문에 급한 보행자는 무단횡단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잔여 시간을 알려주면 급하게 건너거나 무단횡단하는 사례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해당 신호등을 도입한다면 교체 비용 외엔 별다른 단점이 없다"며 "이 단점조차 시민의 안전을 고려한다면 큰 비용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이 같은 신호등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시범 운영을 넘어 적극 도입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연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는 "잔여 시간을 보여줌으로써 보행자가 충분히 예측하고 길을 건널 수 있고 이를 통해 보행자들의 무단횡단율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호 변경 5초 전부터 시간을 표시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끝까지 시간을 보여주는 게 더 나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보행자가 대기 시간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잔여 시간이 인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보행자에게 시간을 끝까지 보여주는 것이 무단횡단이나 예측 출발 등을 예방하는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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