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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는 절규한다…"우리도 공공산후조리원 가고 싶어요" [데일리안이 간다 88]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4.10.11 05:06 수정 2024.10.11 05:06

지방소멸대응기금, 공공산후조리원에 지원되는 유일한 정부 재원

인구감소지역에만 지원 가능…수요 많은 대도시는 '그림의 떡'

"각 지자체들, 당장 공공산후조리원 설치할 수 없다면…재가서비스 확대로 산모 도와야"

호텔급 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대구의 한 산후조리원.ⓒ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임산부들의 출산 후 건강 회복을 돕는 산후조리원의 이용 가격이 천정부지로 높아져 예비 부모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산후조리원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은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막대한 요금을 부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각 지자체에서 재정 지원을 대폭 늘리는 수밖에 없다"며 "당장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할 수 없다면 산후조리 도우미를 가정으로 파견해 산모의 부담을 덜어주는 '재가서비스'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천광역시에 거주하며 내년 1월 출산을 앞둔 임산부 A씨(32)는 산후조리비용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지난 8월부터 여러 산후조리원을 알아봤지만 교통과 시설이 괜찮다 싶으면 2주에 400만원이 넘어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산후조리원을 대상으로 이용요금과 기간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산모들은 가장 저렴한 일반실을 기준으로 2주에 평균 335만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물가 상승의 영향을 산후조리원도 비켜가지 못하면서 5년 전과 비교해 민간 산후조리원 이용요금은 25%가 넘게 올랐다.


지역별 편차도 컸다. 서울은 일반실 평균 이용료가 433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통계에 등록된 민간 조리원 중에서는 서울 강남에서는 2주에 1700만원의 '호텔급' 산후조리원이 있는가 하면 충북 청주에서는 같은 기간에 130만원으로 13배나 차이가 났다.


A씨는 "비용 부담이 커서 조리원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출산 시기가 겨울이기도 하고 산후 관리를 잘해야 둘째 아이를 갖기도 수월하다고 해서 380만원에 예약을 했다"며 "필요한 일이라고는 해도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전남 해남군에 설치된 공공산후조리원ⓒ전남도 제공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해주는 공공산후조리원이 전국에 20곳 있기는 하지만 A씨가 거주하는 인천광역시에는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인천시는 외부로부터의 인구 유입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라 행정안전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 국비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공공산후조리원에 투입되는 유일한 국비 재원이다.


공공산후조리원은 지난 2014년 서울 송파구에 처음 생긴 이후로 10년간 20개가 설치됐다. 비용도 2주 기준 170~180만원 수준으로 민간산후조리원 대비 절반 이하다.


그러나 국비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인구감소지역에 우선 설치되다보니 출생아 수가 많은 대도시에서는 오히려 공공산후조리원을 찾아보기 어렵다.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8개 광역지방자치단체(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세종·충북·전북)에는 공공산후조리원이 없다. 그나마 대도시 지역이 출생아 수가 많아 공공산후조리원에 대한 수요도 많지만, 인구감소지역이 아니라는 이우로 공급이 차단되는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 관계자는 "출생아 수가 적어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은 민간산후조리원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설치가 어려운 곳들이기 때문에 공공산후조리원마저 없다면 산후조리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한정된 지방소멸기금 재원으로는 인구감소지역에 지원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도시 지역에도 공공산후조리원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기본적 인프라 수준은 대도시가 훨씬 우수하다는 것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 기금 확보 상황에 따라 공공산후조리원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복지 전문가는 각 지자체별 상황에 맞는 산후조리 지원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출생협회 저출생대응연구소 관계자는 "산후조리원 설립에는 민간이든 공공이든 시설과 기본인력 등을 갖추는 데만 해도 상당한 재원이 투입된다"며 "이는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에서는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또 "각 지자체에서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할 수 없다면 산후조리 도우미를 가정으로 파견해 산모의 부담을 덜어주는 '재가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에 재정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며 "이는 시설비에 대한 부담이 없는 만큼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산모의 건강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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