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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1금융권 빚만 450조 '가보지 않은 길'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4.10.23 06:00 수정 2024.10.23 06:00

은행권 대출 또 역대 최대 경신

연체 역시 유래 없을 만큼 쌓여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물음표'

서울 시내의 한 가게에 점포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자영업자들이 제1금융권 은행에서 진 빚만 450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기록을 또 다시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진 역대급 고금리 압박에 연체 역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쌓이면서, 날이 갈수록 위기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한 번 돈을 빌리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는 빚의 관성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자영업자 대출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수 있는 만큼, 이제는 이른바 가보지 않은 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20개 모든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총 453조903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은 2023년 1분기부터 여섯 분기 연속 증가세를 지속하며 역대 최대 기록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는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의 기폭제가 됐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이후 4년여 동안 늘어난 금액만 100조원을 훌쩍 넘을 정도다. 빚으로 이 시기를 버틴 동네 사장님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현재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은 2019년 말 대비 34.1%(115조4499억원) 급증한 것이다. 이 기간 자영업자의 은행권 대출은 ▲2019년 말 338조4540억원 ▲2020년 말 386조747억원 ▲2021년 말 422조9712억원 ▲2022년 말 442조7329억원 ▲2023년 말 450조2325억원 등으로 급격히 불었다.


은행권 개인사업자대출 잔액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90조344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4.1% 늘며 최대였다. 그 다음 신한은행이 68조5981억원으로, IBK기업은행이 67조9883억원으로 각각 46.6%와 43.9%씩 증가하며 해당 규모가 큰 편이었다. 하나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역시 60조1763억원으로 34.2% 늘며 60조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연체도 너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는 2조6024억원으로 조사 대상 기간 동안에만 164.2% 폭증했다. 이 역시 사상 최대치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던 2009년 3월에 기록했던 2조603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은행 대출을 갚는데 곤란을 겪는 자영업자들의 이면에는 고금리 충격이 자리하고 있다. 치솟은 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대출 이자가 쌓이고, 이로 인해 차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연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유지해 왔다.


그래도 마침내 기준금리가 꺾이면서 대출 이자 압박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이 일고 있다. 한은은 이번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25%로 0.25%p 내렸다. 이로써 2021년 8월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는 3년 2개월 만에 비로소 종지부를 찍었다.


그렇다고 앞으로의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금의 대출 규모에서 자영업자 시장이 구조적으로 자리를 잡아버린 만큼, 이전으로의 회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회의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에서 코로나19는 물론 예기치 못한 변수였지만, 벌써 수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현재의 여신 규모를 더 이상 일시적인 현상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됐다"며 "이에 대한 리스크 관리도 과거로의 정상화 관점에서 벗어나 현실을 기준으로 다시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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