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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다툼 2라운드…MBK “배임”vs고려아연 “유일한 방어 수단”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4.10.18 15:25 수정 2024.10.18 15:25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 진행

핵심 쟁점, 자사주 공개매수 배임 여부·임의적립금 관련 자사주 매입 적법성

시장 혼란 초래 하지 않도록 공개매수 종료 전 오는 21일 결과 공개 예정

서울중앙지법 동관.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재연됐다. MBK파트너스·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한 배임 행위라고 공격했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이 아닌 MBK 측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항하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방어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18일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중지 관련 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정에는 채권자(MBK·영풍 측) 대리인으로 홍승면 변호사(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비롯해 총 11명이 출석했으며 채무자(고려아연) 측은 김해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 9명이 출석했다.


앞서 MBK 측은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배임 행위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기각된 바 있다. 이후 당일 추가로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MBK 측은 1차 가처분 신청 기각은 고려아연이 자본시장법상 영풍의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 취득을 할 수 없는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한 것이며 이번에는 배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핵심 쟁점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이번 가처분 신청도 지난번과 논점이 같은 ‘재탕’이라고 비판했다.


“대주주 간의 경영권 분쟁” vs “외부 세력의 적대적 M&A로부터 방어수단”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 진행이 진행된 서울중앙지법 법정.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이번 재판에서 관전 포인트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배임 여부와 ▲임의적립금 관련 자사주 매입의 적법성과 범위였다.


MBK 측은 이번 공개매수 관련 갈등이 고려아연 1대 주주와 2대 주주 간의 경영권 분쟁이라 규정했다. 즉,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배임 행위라는 것이다.


MBK 측은 “채권자는 1대 주주로서 경영권을 회수해 정상화하려 하고 MBK를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해 M&A를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이 사건의 분쟁은 대주주 간의 경쟁이며 발단은 최 회장에게 있다”고 언급했다.


MBK 측은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최대주주가 응할 수 없기 때문에 주주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MBK 측은 “기회의 균등은 법률상 모든 사안에서 형식적 균등이 아닌 실질적 균등을 의미하는데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에 응할 수 없는) 최대주주를 계획적으로 배제시켰다”며 “이 사건 분쟁의 본질은 전적으로 채권자에게 불이익을 가하고 2대 주주인 최 회장의 이익을 도모해 주주평등원칙을 위반하는 것에 있다”고 부연했다.


고려아연 측은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외부 세력에 의한 적대적 M&A로부터 기업가치와 전체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경영권 방어 행위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 측은 “채권자 측에서는 이 사건 분쟁이 1대 주주와 2대 주주의 내부적인 경영권 분쟁이라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영풍은 들러리에 불과하며 MBK가 이 사건의 당사자이며 상대는 고려아연 회사 전체와 주주”라고 했다.


이어 “자사주 공개매수가 이뤄지더라도 최 씨 일가의 지배권이 강화되는 결과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며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채권자 측과 최 씨 일가의 의결권 비율이 비례적으로 상승할 뿐이고 이는 경우에 따라 채권자 측에 유리한 결과로 나올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 씨 일가의 경영권 유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고려아연 이사회 중 과반인 사외이사 전원과 임직원, 지역사회, 정치계에서도 M&A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내세웠다.


임의적립금으로 자사주 매입 “주총 결의 사항” vs “이사회 결의로도 가능”


임의적립금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는 것이 위법인가에 대한 논쟁도 이어졌다.


MBK 측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취득 한도에서 임의적립금을 제외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짚었다. MBK 측은 임의적립금을 배당가능이익으로 전환할 수도 있으나 이는 이사회가 아닌 주총 결의 사항이라면서 “전체 주주들이 20년간 희생해 쌓아둔 잉여금을 아무런 실익도 없고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막대한 손해를 끼칠 것이 분명한 자사주 취득에 사용하려 하며 이는 선관주의의무 위반, 배임에 해당한다”고 했다.


고려아연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는 배당 가능 이익에 적합한 주식취득으로 주총 결의가 요구되지 않는다”며 “비상장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주총을 거쳐야 하지만 자본시장법 관리 규정에 따라 상장회사는 이사회 결의로도 취득이 가능하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재차 자사주 공개매수 완수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고려아연은 “MBK·영풍의 공개매수 이후 고려아연 측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알 수 없는 출처의 풍문 등을 누군가 의도적으로 퍼트려왔지만, 지금껏 보시듯 의도된 왜곡은 항상 거짓임이 분명히 드러나 왔다”며 “심문기일에서 성실하고 논리적이며 법에 나와 있는 사실 그대로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또 다시 가처분 기각을 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MBK·영풍에 법원의 판단 전 시장교란성 풍문을 유포하는 행위를 멈추라는 경고를 날렸다.


한편, 이날 김 부장판사는 오는 23일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마지막 날임 점과 시장반응을 고려해 혼란이 없도록 가능한 21일에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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