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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관리 비상 걸린 당국…규제 카드 또 '만지작' [긴축 시대 마침표④]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입력 2024.10.14 06:00 수정 2024.10.14 06:00

38개월 만에 통화 긴축 기조 마무리

다소 누그러진 가계부채 자극 우려

스트레스 DSR 3단계 가동 빨라질까

은행 대출 규제 이미지. ⓒ연합뉴스

기준금리가 마침내 인하로 돌아서면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에는 비상이 걸렸다. 가계대출의 증가 폭이 최근 들어 다소 누그러지긴 했지만 마음을 놓을 만큼 안정되지 않은 와중,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기름을 부은 격이 될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초 내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던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가동 시점을 두고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0%에서 0.25%포인트(p) 인하한 3.25%로 의결했다. 이번 금통위의 금리 인하는 2021년 8월 0.25%p 인상 이후 38개월간 유지한 통화 긴축 기조를 마무리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금리 인하로 인해 겨우 주춤했던 가계대출이 다시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달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5조2000억으로 전달(9조7000억원)보다 둔화됐다.


대출별로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은 6조9000억원 증가해 같은 기간 대비 1조6000억원가량 증가폭이 축소됐다. 은행권 주담대 증가폭도 8조2000억원에서 6조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은행권(-5000억원)과 제2금융권(-1조2000억원)모두 감소세로 전환했다.


증가폭은 줄었지만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런 와중 단행된 금리 인하는 가계대출을 더 빠른 속도로 증가시키는 촉진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측면에서만 보면 이번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추길 수 있는 '악수'"라면서도 "전체적인 국내 경제 큰 틀에서 보면 현 시점은 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미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시장 지표에서 선반영이 됐기 때문에 지나친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에서도 가계부채 증가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높은 경각심을 가지고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금리·부동산 상황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세가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으므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적인 가계부채 관리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다만 정부가 가계부채를 잡을 수 있는 카드는 아직 살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내년 7월로 미뤄져 있는 3단계 스트레스 DSR의 조기 시행이 거론된다.


DSR은 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위한 지표다. 차주가 1년에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 은행권에선 차주의 DSR이 40%를 넘지 않는 한도 안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로 체계를 바꾼 건 올해 2월부터다. 실제 금리에 향후 잠재적 인상 폭까지 더한 스트레스 금리를 기준으로 DSR을 따진다. 금리가 더 오르면 원리금 상환 부담을 반영해 변동금리 대출 이용자의 상환 능력을 더 깐깐하게 보겠단 뜻이다.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는 스트레스 가산금리가 현행 0.75%p에서 1.5%p로 두 배나 높아진다. 아울러 주담대와 신용대출 외에 모든 가계대출이 스트레스 DSR을 적용받게 되며, 은행은 물론 2금융권 대출까지 똑같은 규제가 반영된다.


정부는 2단계 스트레스DSR 규제의 강력함을 알고 있다. 2단계 스트레스DSR 규제 시행 한 달 만에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춤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 또한 서서히 둔화되고 있다. 이보다 더 강력한 3단계 스트레스DSR 규제를 시행한다면, 가계부채 옥죄기에는 무리가 없을 거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인하했더라도 은행들이 한도를 줄이고, 가산금리를 올려놨기 때문에 가계대출이 쉽게 다시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면서 "내년 하반기로 미뤘던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를 조기 시행한다면 가계부채 억제는 쉽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금리가 인하되면서 가계대출 옥죄기에 느슨함을 줄 가능성도 있지만,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조기 시행되면 대출 수요가 자연스레 억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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