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치솟는 집값, 꿈틀대는 가계 빚…곳곳에 '걸림돌' [긴축 시대 마침표③]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4.10.14 06:00 수정 2024.10.14 06:17

3년여 만 피벗…통화정책 돌아섰지만

"금리 뛰면 부동산 꿈틀" 한은의 경고

반년 째 증가 가계대출 잠재 위험 여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3년여 만에 통화정책을 완화로 돌렸지만 곳곳에는 불안 요소들이 여전하다. 부동산 경기가 개선되면서 서울·수도권 집값은 고공행진 중이고, 금융권 가계대출은 반년 내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한은이 역대급 고금리를 돌려 세우긴 했지만, 이같은 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그 속도는 생각보다 더딜 수 있다는 관측이다.


14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금통위가 2021년 8월 0.75%로 금리를 올린 뒤 3년 2개월 만에 완화 통화정책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최대 1.75%p로 벌어졌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물가상승률이 1%대까지 떨어지며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내수 회복 지연으로 우리 경제 성장 전망에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염두에 두고 지난 8월까지 금리를 13회 연속 동결하다 이번에 내린 것이다. 금리를 낮춰 이자 부담을 덜어줘야 자영업자·취약계층의 형편도 나아진다는 정부와 정치권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다.


금리 인하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이 축소되고, 대출 차주들의 숨통도 트이게 됐다. 그러나 자칫 어느 정도 진정된 가계대출과 서울 등 수도권 집 값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실제 한은이 지난달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p 낮아질 때 1년 이후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0.43%p 높아지고, 특히 서울의 상승 폭은 0.83%p로 전국 평균의 약 2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대출금리가 1%p, 0.25%p씩 낮아지면 1년 이후 가계대출 증가율은 각각 0.6%p, 0.15%p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현 상황에서 금리 하락은 주택 매수심리와 가격상승 기대를 키워 가계대출 증가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뉴시스

가계부채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지난달 기준으로 꺾이기 시작했지만 아직 불안정한 모양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5조2000억원으로 전월(9조7000억원) 대비 둔화됐지만, 가계대출은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 증가했다.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은 ▲4월 4조1000억원 ▲5월 5조3000억원 ▲6월 4조2000억원 ▲7월 5조2000억원 ▲8월 9조7000억원 ▲9월 5조2000억원이 증가했다.


가계대출 가늠자인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이달 4일 기준 729조8898억원으로 전월 말(730조9671억원) 대비 소폭 줄었다. 하지만 9일에는 730조7458억원으로 3영업일 만에 8560억원이 늘었다. 지난 8~9월에 접수된 주담대가 이달 들어 본격 실행된 데 다른 여파다.


이에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규제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대출금리도 낮아지는게 일반적이나,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기조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준거금리인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8월 기준 3.36%로 직전달보다 0.06%p 하락했지만, 지난 1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4.59~6.69%로 집계됐다. 고정금리는 3.66~6.06%였다. 기준금리가 내려갔지만 대출금리는 당분간 제자리일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속적으로 경고를 보내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6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마친 뒤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으면 추가 관리 수단을 적기에 과감히 시행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연말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범위를 확대하거나, 주택담보인정비율을 축소하는 등 고강도 규제가 시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도 긴축 운전대를 잡았지만, 경계감을 풀지 않고 있다. 금통위원 6명 중 1명은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으며, 6명 중 5명이 3개월 뒤에도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