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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보다 ‘탈락자’가 주목받는 ‘요즘’ 서바이벌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4.10.11 07:04 수정 2024.10.11 07:04

'결과'보다 '과정'에 방점 찍는 참가자와 시청자들

'흑백요리사' 준우승자 에드워드 리 화제성 장악

우승자는 나폴리 맛피아지만, 화제성은 에드워드 리가 차지했다. ‘흑백요리사’에서 완성도 높은 요리는 물론, 경쟁 과정에서 보여준 에드워드 리의 태도를 향한 호평이 쏟아지며 ‘진정한 승자’라는 평까지 끌어냈다. ‘요즘’ 서바이벌에서는 ‘우승자가 누구’보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계급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의 마지막 회에서는 흑수저 나폴리 맛피아가 심사위원 백종원, 안성재의 만장일치로 최종 우승자가 됐다. 세미 파이널 1차전에서 승리해 먼저 파이널에 진출한 나폴리 맛피아는 에드워드 리와 ‘무한 요리 지옥’ 미션으로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상금 3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더 인플루언서'·'흑백요리사' 포스터

그러나 시청자들의 ‘찬사’는 에드워드 리에게 쏟아지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 혼란을 요리에 녹여내며 창의성을 넘어 여운까지 남긴 ‘완성도 높은’ 결과물도 이유지만, 상대방을 존중하고, 한식에 진심인 모습으로 ‘품격 있다’, ‘감동적’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반대로 “잘근잘근 밟아주겠다”는 거친 말로 시청자들의 빈축을 산 우승자 나폴리 맛피아는 우승 이후 되려 ‘사과문’을 게재하는 씁쓸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더 인플루언서’에서는 우승자 오킹이 아닌, 이사배가 더 주목을 받았다. 이사배 또한 에드워드 리처럼 오킹에게 1등을 내 준 준우승자였지만, 자극적인 소재로 이슈몰이를 하는 여느 인플루언서와 달리, 자신만의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인정을 받으며 ‘진짜 승자’라는 평을 받았다. 당시 우승자 오킹이 스캠 코인 논란으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상황이었으며, 우승 스포를 했다며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시청자들은 이보다 ‘내용적인 면’에서 이사배에게 손을 들어줬었다.


여왕벌이 지배하는 세계 속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한 생존 게임을 펼치는 웨이브 ‘여왕벌 게임’에서는 모니카가 탈락된 이후 “방송이 지겹다. 사람 본능 건드리면서 팀원들 바꿔가면서 TV를 보는 사람들이 무엇을 느껴야 하나”라며 “결국에는 사람들의 악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결국에는 깨끗하게 마무리 지으실 거죠, 우승이라는 글자로. 진짜 우승이 어딨습니까? 이딴 식으로 하는데. 정신 차리세요. 전 진 게 아닙니다”라는 소신 발언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당시 출연자들은 진흙 옮기기 미션을 통해 승자를 가리고 있었고, 이때 최종 1등을 한 팀의 여왕벌이 타 팀의 여왕벌을 빼앗아 오는 룰이 갑작스럽게 추가됐다. 결국 장은실이 모니카 팀의 여왕벌을 지목했고, 나머지 팀원들이 탈락을 하게 됐다. 이겼지만 탈락하는, 서바이벌 예능식 ‘억지 갈등 조장’에 대한 모니카의 분노에 시청자들의 지지가 이어지면서 출연자, 시청자들이 ‘어떤 서바이벌’을 원하는지를 보여줬다.


물론 과거에도 ‘멋지게’ 탈락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서바이벌 참가자는 없지 않았다. 한 예로 지난 2010년 엠넷 ‘슈퍼스타K2’에서는 시청자들의 혹평을 받던 참가자 강승윤이 윤종신의 ‘본능적으로’로 ‘인생 무대’를 완성한 뒤 ‘쿨하게’ 탈락해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낸 사례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충실하게 즐기는 출연자부터 아낌없는 응원으로 그 선택을 응원하는 시청자들까지. 시청자들 스스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끌어내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도파민을 자극한다”는 것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면서, 치열한 경쟁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는 서바이벌이 인기 장르로 떠올랐고,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스케일을 키우고, 독한 설정으로 이목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참가자도, 시청자도 ‘우승’보다는 ‘과정’을 응원하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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