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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번호 조작' 도운 배달원…대법 "악용 몰랐어도 처벌"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4.10.10 15:49 수정 2024.10.10 15:49

피고인, 지난해 보이스피싱 조직 의뢰받고 중간관리책 업무 수행

1·2심 "피고인, 자신이 하는 일 정확히 알지 못해…보수도 적어" 무죄

대법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피해자들과 전화하도록 중간서 매개"

"고의로 전기통신사업법서 금지하는 타인통신매개행위" 원심 파기

대법원.ⓒ뉴시스

범행에 대한 인식 없이 해외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로 바꿔주는 보이스피싱 중계기 관리책 역할을 수행했더라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13일 사기·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55)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퀵 배달원인 김씨는 지난해 3∼4월 보이스피싱 조직의 의뢰를 받고 공유기·통신중계기를 옮겨 주거나 휴대전화의 유심을 교체해주고 사례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통신중계기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사용하는 해외 인터넷 전화 번호를 국내 전화번호인 것처럼 바꿔주는 기계다.


김씨는 자신이 불법적인 일을 하는 건지 의심했으나 의뢰인으로부터 비트코인 환전에 필요한 작업이라는 말을 듣고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했다.


검찰은 그러나 김씨가 보이스피싱 범행을 돕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가를 받고 일한 것이라며 보이스피싱 조직의 공범으로 간주해 재판에 넘겼다.


1·2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가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고 과다한 보수를 받지도 않았으며, 각종 증거를 보관하다 적발된 뒤 수사에 순순히 응했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피고인 관리의 유심을 이용해 피해자들과 전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도록 피고인이 매개함으로써 고의로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금지하는 타인통신매개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김씨가 1개월 이상 장소를 옮겨 다니며 통신중계기를 직접 관리했고 체포될 당시 유심을 51개나 소지했던 점 등을 보면 김씨가 고의로 범행에 공모한 것으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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