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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A생명 암보험 날개 돋친 듯 팔리지만…쏟아지는 환불 '두 얼굴'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입력 2024.10.11 06:00 수정 2024.10.11 06:00

최근 한 해 신계약 15만건 넘어

홀로 업계 전체 20% 차지했지만

가입 한 달 안에 7명 중 1명 해지

"사후관리 미흡·설명 소홀 여지"

서울 순화동 AIA생명 본사 전경. ⓒAIA생명

AIA생명이 최근 한 해 동안 판매한 암보험이 15만건을 넘어서며 생명보험업계 선두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렇게 맺어진 계약 가운데 7건 중 1건 이상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고객의 요청으로 환불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돼 불만을 느껴 계약을 깨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로, 당장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적 관점에서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직전 1년 동안 생보사들이 유치한 암보험 신계약은 총 78만5606건으로 집계됐다.


2024년 상반기 생명보험사 암보험 신계약 유치 현황. ⓒ데일리안 황현욱 기자

생보사별로 보면 같은 기간 AIA생명이 판매한 암보험이 15만3617건으로 최대였다. 전체 생보사 암보험 신계약 건수 중 19.6%를 홀로 차지하는 규모다. 이어 ▲한화생명 14만6796건 ▲교보생명 12만4379건 ▲라이나생명 12만2128건 ▲신한라이프생명 7만2362건 ▲동양생명 2만8803건 ▲NH농협생명 2만3247건 ▲DB생명 2만2806건 등 순이었다.


AIA생명의 회사 규모를 고려하면 이같은 성적은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업계 내 중위권 정도인 생보사임에도 불구하고 암보험 시장에서만큼은 누구보다 두각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문제는 이렇게 판매된 암보험에서 환불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 기간 전체 생보사의 암보험 청약철회 건수는 7만8266건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29.7%에 달하는 2만3254건이 AIA생명에서 나왔다.


2024년 상반기 생명보험사 암보험 청약철회 현황. ⓒ데일리안 황현욱 기자

청약철회는 고객이 불필요한 보험에 가입했다고 판단했을 때 청약일로부터 30일 이내 혹은 보험 증권을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소비자보호 제도다. 보험사는 청약철회 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3일 이내에 보험료를 돌려줘야 하고 이를 넘기면 이자까지 지불해야 한다.


AIA생명의 암보험 신계약 대비 청약철회 비율은 15.14%를 기록했다. 생보업계 전체 평균이 9.96%인 것과 비교하면 1.5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AIA생명보다 해당 수치가 높은 곳은 KB라이프생명(17.35%)와 신한라이프(16.10%) 정도였다. 다만 이들의 암보험 신계약 건수는 각각 8223건과 7만2362건으로 AIA생명보다 훨씬 적은 편이었다.


청약철회는 고객 보호를 위한 장치의 일환이지만, 지나치게 잦을 경우 소비자 불만의 전조 현상으로도 여겨진다. 보험을 든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를 깨는 경우가 빈번해졌다는 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상품에 가입하는 사례가 많다는 방증일 수 있어서다. 설계사의 권유에 이끌려 계약을 맺었다가 이를 후회하는 케이스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청약철회는 뼈아프다. 청약철회 시 납입한 보험료를 돌려줘야 할 뿐만 아니라 보험계약을 관리하기 위해 들어간 비용도 손실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보험사들이 무리하게 계약을 유치하고, 계약 후 소비자 사후관리가 미흡해 청약철회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다른 보험사 대비 청약철회 비율이 높다는 것은 상품 설명 의무를 소홀하게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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