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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질병보험 불티나게 팔려도…실적 의심에 손보사 '냉가슴'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4.10.10 10:02 수정 2024.10.10 11:26

年 신계약 1년 새 300만건 넘게 늘어

新회계로 보장성 상품 판매 중요해져

소비자들도 살아 있을 때 보장 수요↑

금융당국은 성적 부풀리기 의심 계속

보험사 그림자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질병·상해보험 판매량이 한 해 동안에만 300만건 넘게 불어나면서 연간 1200만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의 시행으로 보장성 상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손보사와, 사망 이후보다는 살아 있을 때 혜택을 더 원하게 된 소비자들의 이해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금융당국이 장기보험을 중심으로 실적을 부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으면서, 손해보험업계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분위기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직전 1년 동안 손보사들이 유치한 질병·상해보험 신계약 건수는 총 1173만953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4%(325만7561건) 늘었다.


손보사별로 보면 삼성화재의 질병·상해보험 신계약이 306만1320건으로 같은 기간 대비 86.4% 급증하며 선두를 차지했다. 이어 메리츠화재 역시 168만6181건으로, DB손해보험은 167만9212건으로 각각 20.8%와 29.9%씩 해당 건수가 늘며 규모가 큰 편이었다. 또 KB손해보험도 147만6104건으로, 현대해상이 137만5467건으로 각각 51.4%와 11.5%씩 증가하며 질병·상해보험 신계약이 연 100만건을 웃돌았다.


이밖에 손보사들의 질병·상해보험 신계약은 ▲한화손해보험 79만822건 ▲롯데손해보험 44만6439건 ▲라이나손해보험 32만8752건 ▲흥국화재 20만7176건 ▲AIG손해보험 20만5455건 ▲NH농협손해보험 20만2341건 ▲악사손해보험 14만6081건 ▲하나손해보험 6만9365건 ▲MG손해보험 6만3193건 ▲카카오페이손해보험 1151건 ▲신한EZ손해보험 473건이었다.


상품 유형별로 보면 상해보험의 신계약 건수가 644만8191건으로 16.4% 늘었다. 질병보험의 신계약은 529만1341건으로 79.9% 급증하며 성장세가 더 가팔랐다.


상해보험을 가장 많이 판 손보사는 메리츠화재로 146만8826건의 신계약을 체결했다. DB손보도 137만3655건을 기록하며 상해보험 신계약이 100만건을 넘었다. 아울러 현대해상(96만3430건)과 한화손보(73만6024건), 삼성화재(49만3940건)가 상해보험 신계약 건수 톱5 손보사에 이름을 올렸다.


질병보험 신계약을 가장 많이 따낸 곳은 삼성화재로 256만7380건에 달했다. KB손보 역시 100만건을 웃도는 127만5547건의 질병보험 신계약을 나타냈다. 그 다음으로 현대해상(41만2037건)과 DB손보(30만5557건), 메리츠화재(21만7355건)가 질병보험 신계약 상위 5개 손보사로 꼽혔다.


손보업계가 이처럼 상해·질병보험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배경에는 장기보험으로서의 수익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장기보험은 표현 그대로 가입 기간이 비교적 긴 상품으로 질병보험과 상해보험을 비롯해 운전자·어린이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손보사 입장에서 장기보험은 길게는 20년까지 지속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고, 어떻게 상품을 설계하느냐에 따라 보험료 수준이 자동차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1년 마다 갱신 기간이 돌아오는 단기보험은 늘 고객 이탈로 인한 수입보험료 감소를 걱정해야 한다.


더불어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된 IFRS17은 장기보험을 둘러싼 경쟁에 더욱 불을 붙였다. IFRS17이 적용되면서 보험사의 부채 평가 기준은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었고, 이로인해 보험사의 보험금 부채 부담은 크게 늘었다. 요즘 보험업계가 자본 확충과 더불어 이익 확대에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을 쓰고 있는 이유다.


특히 장기보험은 IFRS17과 함께 도입된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상품이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약을 통해 미래에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을 현재 가치로 추산한 값이다. 회계 상 CSM은 부채로 인식했다가 계약 기간이 지날수록 일정 비율을 상각해 보험수익으로 반영하는 구조여서, 장기보험이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크다.


여기에 더해 소비자들도 점점 장기 보장성보험을 많이 찾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종신보험과 같은 사망 보장 상품보다는 생존해 있는 동안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질병·상해보험의 수요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시선이다. IFRS17이 시행된 이후 보험사들이 지나치게 자의적인 가정을 적용해 미래에 생길 이익을 끌어 쓰는 행태를 보이는 측면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CSM을 산정할 때 산정하는 미래 이익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정해 당장의 이익을 확대 해석하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 보장성 상품의 CSM 산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이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생각보다 결과 발표 시기가 미뤄지고 있다"며 "실적과 직결될 수 있는 변화인 만큼 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IFRS17의 취지에 맞춘 상품 포트폴리오 조정의 결과를 두고 의심을 받는 건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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