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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욕심 과했던 LG家 구연경, 故구본무 회장 명예 위해 사퇴하라 [데스크 칼럼]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입력 2024.10.08 10:39 수정 2024.10.08 11:29

금융당국 "LG家 장녀 구연경, 미공개 정보로 주식 매입" 검찰 통보

LG복지재단 대표로 적절치 않아…선친 뜻 받든다면 조용히 물러나야

'LG 의인상' 의미, 부정·부도덕·탐욕으로 흡집 내선 안돼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LG

로마 시대인 6세기 그레고리 교황은 '7대 죄악'를 열거했고 문호 단테는 14세기 '신곡'에서 이를 '죽음에 이르는 7가지 죄'로 정리했다. 교만·탐욕·식탐·색욕·분노·시기·나태가 그것이다. 특히 단테는 탐욕은 모든 죄의 근원이며, 그 여파는 한도 끝도 없다고 썼다.


▲ 실제 탐욕을 숭배하는 자의 사전엔 만족이란 말은 없나 보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돈 많은 재벌가 딸이 미공개 주식정보를 입수해 시세차익을 얻다 발각됐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주인공은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 회장의 맏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다.


앞서 금융 당국은 구 대표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바이오 기업 A사의 주식 3만주 가량을 개인적으로 취득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관련 사실을 통보하기로 했다.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검찰에 알리기로 한 것이다.


심장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 등을 개발하는 A사는 지난해 4월 BRV(블루런벤처스)캐피탈매니지먼트로부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00억원을 조달했는데, 구 대표의 남편 윤관 씨는 BRV캐피탈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다. 주당 1만8000원선이던 이 상장사의 주가는 투자 유치가 발표된 날에만 16.6% 급등했고, 지난해 9월에는 5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자본시장법은 상장 법인의 업무와 관련한 미공개 중요 정보를 특정 주식 등의 매매·거래에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위반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그 행위로 얻은 이익의 3~5배 벌금형에 처해진다.


▲ 물론 검찰의 조사가 나와봐야 정확한 사실을 알겠지만, 지금의 과정만 보더라도 구 대표의 혐의는 LG복지재단 책임자라 하기엔 낯 뜨거운 모습이다. 결격사유를 말하기에 앞서 공익재단 대표에게 청렴·윤리는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최우선 가치다.


무엇보다 LG복지재단은 "기업이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의미의 'LG 의인상'을 제정해 시상하는 곳이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소방관, 해양경찰, 경찰, 군인 등 '제복 의인'부터 얼굴도 모르는 이웃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 크레인·굴착기·사다리차 기사, 서비스센터 엔지니어, 환경미화원 등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했다.


이런 취지를 살리기 위해 구 대표의 아버지인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은 이 상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우리 사회의 의인들에게 사비를 털어 상금을 직접 전달해왔다. 이런 곳의 대표가 부정·부도덕·탐욕의 상징처럼 비치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탐욕은 세상의 한정된 재화를 지나치게 획득하고 소유하는 '행위'라는 면에서 이웃에게 저지르는 죄다. 세상의 부를 한 사람이 과하게 차지하고 누리면 누군가는 결핍으로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구 대표가 우리 사회의 의인을 뽑고 시상하는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우롱이다.


▲ 변명의 여지가 없다. 구 대표는 어떤 법적인 처벌을 받는가와 상관없이 최소한의 염치가 있다면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마땅하다. 이미 구 대표는 우리 사회 의인들의 빚을 갚기는커녕 씻을 수 없는 정신적 상처와 좌절만 안겨줬다. 의인상 시상자로 존경받긴 틀렸다.


구 대표는 올해 4월 LG복지재단에 그 3만주를 넘기려 해 공분(公憤)을 사기도 했다. 당시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들은 구 대표의 미공개 정보 활용한 주식 매수 관련 의혹을 이유로 해당 안건 처리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부당 수익은 받기만 해도 범죄가 되는데, 그때 LG복지재단이 구 대표가 기부한 주식을 받았으면 자선·장학 등 공익사업 위축은 물론 현재 진행 중이던 수많은 공익활동조차도 차질을 빚었을 게 틀림없다. 더욱이 재단 대표가 비리 혐의로 검찰에 불려 다니는데 공익사업이 잘 이뤄지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구 대표는 지금 왜 거기 그 자리에 있는가.


"나는 더 훨씬 심한 말을 하고 싶으니 그대들의 탐욕은 선인을 짓밟고 악인을 높여 세상을 슬프게 만들기 때문이오." (단테 신곡中)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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