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조이기 '머쓱'…'영끌'에 밀려나는 '기준금리 유턴'
입력 2024.10.01 06:00
수정 2024.10.01 09:25
규제 강화에도 이달 신규 주담대 8조
"한은 피벗 내달로 미뤄질 가능성"
정부와 은행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좀처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한다는 이른바 영끌 분위기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기준금리 유턴을 준비하던 한국은행의 주름살도 깊어지고 있다.
시장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한달 뒤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와 동시에 금리정책 전환(피벗) 시기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지난 달 들어 같은 달 26일까지 새로 취급한 주택구입용 주담대 총액은 7조8466억원으로 집계됐다. 주택구입용 신규 주담대 규모는 영끌 추이가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된 수치다.
하루 평균 3018억원으로, 8월 3596억원보다 16%가량 줄었다. 주담대 옥죄기가 무색하게 추석 연휴 사흘(9월 16~18일)을 빼면 3412억원으로 같은 기간 5% 줄어드는 데 그친 것이다.
다만 전체 가계대출 잔액 기준 증가 폭은 감소세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지난달 26일 기준)은 729조4918억원으로 8월 말 725조3642억원 보다 4조1276억원 늘었다. 8월 증가폭의 43% 수준이다.
문제는 주담대가 4조5457억원 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8월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의 절반 수준으로, 금융권에선 9월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8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권에선 9월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이 최대 6조원 안팎 정도로는 내려와야 가계부채가 안정화된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이미 이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오는 11일 예정된 기준금리 결정 회의 전까지 9~10월 초 집값과 가계대출 규모를 점검하고 있다. 물가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주담대가 8월에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데 이어 9월에도 감소세가 기대에 못미치면서 부담이 커졌다.
시장에선 당초 오는 11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점쳤지만 11월로 밀려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은이 그동안 강조해왔던 금융안정을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유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0.50%포인트(p) 인하로 시장의 한국 기준금리 10월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10월 11일 금통위가 그동안 한은이 강조해왔던 금융 안정을 충분히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금융 안정 여건에 대한 충분한 확인 없이 미국의 빅컷에 뒤이어 곧바로 금리 인하에 나서는 것은 한은이 국내 여건보다도 연준과의 통화 정책 동조화를 더 중요시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준과 한 시점 차별화하며 한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10월보다 11월이 유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0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오늘은 코멘트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가 집값, 가계 부채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금통위가 11일에 있다”며 “현재 일어나는 정부 정책이 주는 효과는 금통위원들과 상의해 금통위 때 말씀드리는 게 적절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