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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 '해야' 하는 한국의 로비스트들 [기자수첩-산업ICT]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4.09.30 07:00 수정 2024.09.30 07:00

AI 이미지.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 누구보다 바쁜 이들이 있다. 우리 국민들 사이에선 다소 부정적 이미지가 박혔지만, 사실은 고도화된 전문 직종인 '로비스트'다. 국내에선 대관(對官)업무 담당자로 불리는 그들은 국내외에서 대형 이벤트가 벌어질 때마다 누구보다 분주히 움직인다.


우리 기업의 대관 담당자들이 가장 공들이고 있는 곳은 당연 미국이다. 미국에 뿌리깊게 내려앉은 '자국 우선 주의'가 더욱 강화되고 있어서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는 지난 24일 미국 조지아주 유세에서 "다른 나라의 일자리와 공장을 미국으로 빼앗아 오겠다"며 강경한 발언을 연일 쏟아냈다. 이어 그는 "중국에서 펜실베이니아로, 한국에서 노스캐롤라이나로, 독일에서 조지아로 대규모 제조업 엑소더스(대이동)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선 상대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자국 우선 주의'에서 만큼은 트럼프와 궤를 함께 하고 있어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데 의견이 모인다.


미국의 이같은 기조가 전세계의 무역정책을 시시각각 뒤바꾸는 만큼, 미국 내 터를 잡은 우리 기업들도 이에 대응하고자 대관 업무에 한창이다. 미국 정·관계 로비 자금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이 공개한 주요 기업별 올해 상반기 로비 집행 예산과 고용 로비스트 현황에 따르면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국내 4대 기업들은 지난해 동기 대비 로비 비용을 10% 이상 늘렸다.


그 외에도 포스코, 한화 등 우리 기업들은 대관 조직을 강화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일례로 한화큐셀은 최근 테슬라에서 로비스트 업무를 담당했던 조 멘델슨을 영입했다. 한화큐셀은 정책·커뮤니케이션·지속가능성 팀을 이끌 미국 책임자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을 지낸 대니 오브라이언을 영입한 바도 있다.


우리 기업들의 대관 담당자들에게 요즘은 해외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바쁜 일이 많은 시기다. 당장 다음달로 예정된 국정 감사에 대응이 필요해서다. 국회에 불려간 자신들의 경영진을 빼내는 것도 대관 담당자들의 주요 업무로 알려져 있다. 22대 국회에서도 어김없이 재계 총수의 국정감사 소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최근 속속 들리는 소문에는 국감 증인 신청 명단으로 재계 총수의 이름이 하나둘 거론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부터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비롯해 전영현 삼성DS부문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등 굵직한 기업의 주요 경영진이 포함돼 있다.


지난 4월 있었던 우리나라 총선부터 당장 내달 열리는 국정감사와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까지 생각해보면 올해는 '역대급 로비스트의 해'라고 적어도 될 것 같다.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그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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