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임 승인 불허” 유인촌 장관, 최고 수위 압박…정몽규 회장이 심사숙고해야 할 것들은?
입력 2024.09.27 10:01
수정 2024.09.27 10:48
문화체육관광부의 유인촌 장관이 산하 단체 대한축구협회의 정몽규 회장을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유 장관은 2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정몽규 회장에게 거취 결단을 요구한 이유에 대해 “지금 국민들의 시선이 너무나 비판적이다. 불명예스럽게 (퇴진하게) 된다면 훨씬 안 좋지 않나. 개인이 선택하는 게 훨씬 명예롭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던 유 장관은 정 회장이 끝까지 사퇴를 거부하고 4연임에 나설 경우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연임을) 두 번 이상 못 하게 돼 있다. 3연임도 스포츠공정위원회 허가 과정을 거쳤다”며 “이번에도 똑같이 그런 절차를 거쳐야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공정위에 이 부분을 시정해달라고 권고한 상태다. 그 권고를 안 받아들이면 다시 한 번 시정명령을 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회장 임기는 4년인데 한 번 연임이 가능하다.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통과하면 임기를 연장할 수 있는데 정몽규 회장은 2021년 1월, 이런 방법으로 3선에 성공했다. 이후 김병철 스포츠공정위원장 등을 정 회장 소유의 골프장에 초대해 골프를 쳤다는 제보가 들어왔고, 정 회장도 현안 질의 때 “한 번 친 적은 있다”고 답했다.
또 유 장관은 “그래도 안 되면, 투표로 (연임이) 결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승인을 안 하는 절차까지 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체육 정책을 이끌어가는 문체부 수장이 가한 유례 없는 최고 수위의 압박이다. 정 회장의 4연임 도전과 관련한 유 장관의 부정적 의견 표명은 여론 악화 속 강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 회장 측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고, 다음달 2일 문체부의 대한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축구팬들은 “정 회장이 지난 24일 국회 현안질의 때 반복했던 말대로 한국축구를 위해 심사숙고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비꼬고 있다.
문체부 장관의 이 정도 압박이라면 스포츠공정위원회든 선거를 통해서든 4연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축구팬들의 “정몽규 나가!” 외침을 외면했고, 현안 질의 때 보여준 공감하기 어려운 정 회장의 자세가 초래한 ‘자업자득’이라는 시각도 있다.
선임 과정에서의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며 A매치 홈경기에서 야유를 들었던 홍명보 감독은 현안질의에서 “팬들을 공분하게 만든 상황에 대해 사과한다”면서도 특혜는 없었고, 사퇴 의사는 더더욱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내가 해야 할 일은 강한 팀을 만드는 것이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경질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퇴 압박 국면을 성적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깔린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이로 인해 당장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3차예선에 나서야 하는 손흥민-이강인-김민재 등 선수들은 필요 이상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 가장 큰 피해는 결국 ‘황금세대’를 통해 축구를 만끽하고 축구로 활력을 얻어야 하는 축구팬들이 입는다. “심사숙고 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던 정 회장이 정말로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