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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고정금리 주담대 96.4% '역대 최고'…통화정책 전환 효과 '발목'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입력 2024.09.26 06:00 수정 2024.09.26 06:00

가계부채 억제 정책적 선택 결과지만

이자율 내려도 대출자 부담 가중 우려

이자 부담 이미지. ⓒ연합뉴스

정부의 가계대출 강화 기조로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와중 고정금리 비중이 역대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최근 은행에서 나가는 주담대 거의 모두가 고정금리 계약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가계부채 억제를 위한 정책적 선택의 결과지만, 조만간 이뤄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2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은행들이 새로 취급한 주담대 중 고정금리 계약의 비중은 96.4%에 달했다. 전년 동기보다 7.4%포인트(p) 오른 수치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 기록이다.


반면 변동금리 비중은 3.6%에 그쳤다. 2019년 11월 고정금리 비중이 고점을 향해 가던 때에 16.1%를 기록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아직 통계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영업점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고정금리 영업에 나선 만큼 지난달 신규 고정금리 비중은 97%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8월 주담대 증가 폭도 월간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주담대 공급도 확대됐다.


은행권이 이처럼 고정금리 주담대를 확대한 영향은 정부가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고정금리 대출을 강조한 영향이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고정형 주담대 비중을 늘릴 것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구체적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약정만기 5년 이상의 순수 고정과 금리변동 주기 5년 이상의 주기형 상품군을 특정해 연말까지 고정금리 비중 목표치 30%를 달성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권에선 과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를 위해 고정형 확대를 주문한 사례는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처럼 구체적으로 특정 상품군의 취급 비중 목표치를 특정하고 이를 달성토록 강제한 것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계대출을 조이는 동시에 고정금리 주담대를 늘리라는 당국 주문에 은행들은 고정금리 수준을 변동금리보다 낮게 설정하고 고객들의 고정형 선택을 권장하고 있다. 통상 변동금리는 고정금리보다 더 낮지만 이를 반대로 끌고 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과거 고정금리를 강조하던 때는 고금리 시대였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 현재와 같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때는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가 차주들의 이자 부담 완화에 유리하다며 때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고정금리의 경우 평균 5년 간 금리가 고정되고 이후 6개월 마다 금리가 지표금리에 따라 바뀐다. 쉽게 말해 현재 책정된 금리가 향후 5년간 고정된다는 의미다. 만약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된다면 차주 입장에선 금리 인하 기조에도 고금리 수준의 이자를 5년간 납부해야 한다.


때문에 금융권에선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와 관련해 통화정책의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정금리 주담대가 주를 이루는 국가에서는 금리가 변화하더라도 신규 또는 차환 차주의 상환금액만 바뀌기 때문에 전반적인 차주의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적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변동금리 주담대가 주를 이루는 국가에서는 금리가 변화할 때 모든 차주의 상환 금액이 변화하며, 대출금리는 통화정책으로 조절되는 단기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고정금리 대출이 많아지면 금리 상승기에도 주택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이 더해진다. 과거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주택 소유주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시스템의 금리리스크 노출 확대로 인해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으며, 사회 전반의 주거 이동성을 낮출 수 있다는 단점이 내포돼 있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담대 금리구조는 소비자의 경험 등 수요 측면의 영향을 크게 받으므로 지나치게 금리 고정기간이 긴 주택담보대출보다는 10~15년 등 중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활성화부터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담대 금리구조와 관련된 논의를 변동금리 대 고정금리로 국한하지 말고 재정정 책과의 조화와 변동 · 고정금리보다 더 우월할 수 있는 금융 측면의 솔루션에 대한 논의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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