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필코 4연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AI처럼 반복한 말 "심사숙고해 결정"
입력 2024.09.24 18:53
수정 2024.09.25 06:36
쏟아지는 4연임과 관련한 질문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심사숙고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4일 오전 10시 전체 회의를 열고 현안 질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 등이 증인과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일어난 공정성 논란. 축구팬들은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상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A매치가 펼쳐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도 정 회장을 향해 “정몽규 나가!”를 수차례 외친 바 있다.
정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 “협상 과정의 모든 것을 다 밝히고 그때그때 상세히 설명하지 못했던 것은 어떤 음모를 꾸미거나 실상을 감추기 위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 특정인을 선발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대표팀 감독을 선발하는 과정 자체도 충분히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라며 “앞선 협상 과정에서 조건이 맞지 않아 불발됐거나 제외된 분들의 프라이버시도 충분히 보호해야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구협회가 동네 계모임이나 동아리 모임이냐"며 "감독 선임 과정을 확인해보면 전력강화위원회를 거친 후 이사회의 결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관련 내용이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이는 정관 위반이다"라고 주장했다.
정 회장을 둘러싸고 또 관심을 모은 이슈는 역시 4연임 도전 여부.
정 회장은 2013년부터 대한축구협회장에 오른 뒤 2021년까지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내년 1월 임기를 끝으로 네 번째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정 회장이 지난 5월 아시아축구연맹 집행위원으로 선출, 4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체육단체장은 3연임부터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도전할 수 있다. 단체장이 국제단체 임원을 맡으면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행보를 놓고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 등은 “4연임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저의 모든 축구 관련 활동을 4연임 포석이라고 말씀하신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김재원 의원이 다시 한 번 4연임 의지에 대해 묻자 정 회장은 “축구 발전을 위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고,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라며 모호한 답만 내놓았다.
이후에도 쏟아지는 4연임 도전 의지에 대한 질문에 정 회장은 마치 AI처럼 “신중하게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계속 같은 답을 내놓는 것에 대해 정 회장 스스로도 민망한 듯 “거듭 말씀드려 그렇지만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문성 해설위원은 “정 회장은 문제 의식과 공감 능력, 풀어갈 능력도 없다”며 “정몽규 체제가 이어지는 한 이번 사건과 같은 무능력 무원칙 불공정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끝내야 될 때가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모호한 답만 내놓는 정 회장을 향해 문체위원들은 축구협회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지만 정 회장 등 이번 사태와 관련해 책임 있는 인물들 중 어느 누구도 사퇴를 말하지 않았다.
홍 감독도 질의 과정에서 불공정한 선임 절차가 확인되면 사퇴할 뜻이 있냐는 질의에 "감독 선임 절차가 불공정하다거나 특혜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임무"라며 물러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안 질의에 출석한 유인촌 장관은 “오는 10월 2일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논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먼저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잘못된 것은 지적하고 (감독) 거취 문제는 축구협회가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회 현안질의가 열릴 만큼 모두가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전혀 문제의식이 없고, 쏟아지는 지적과 외침에도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정 회장 체제가 계속되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