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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보상 더 준대도 '거부'…기아 단협 '일반직 성과연동제'에 막혔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4.09.24 11:14
수정 2024.09.24 11:15

일반직 조합원, 성과연동제 반발하며 잠정합의안 부결운동

1.2%차로 단협 부결 '캐스팅 보트' 역할

집행부 비난하며 대립각…사측과 교섭 재개도 '요원'

기아 오토랜드 광명(옛 소하리공장) 전경.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기아 노사가 도출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1차 잠정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가운데, 노동조합 내부 분란이 심해 앞으로의 절차에 있어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잠정합의안에 포함됐던 ‘일반직(사무‧연구직) 성과연동제’를 두고 일반직 조합원들의 반발이 심해 노조 집행부가 교섭테이블에 나서기 힘든 실정이다. 일반직 조합원들은 성과에 따라 생산직보다 높은 임금인상률을 적용받을 수 있는 조건임에도 불구, 성과연동제가 불평등을 조장한다며 거부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이날까지 2차 잠정합의안 마련을 위한 재교섭 일정을 잡지 못했다. 노조는 전날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향후 일정을 논의했으나 파업 돌입이나 교섭 재개 여부는 확정하지 않았다.


노조 집행부는 지난 9일 사측과 도출한 잠정합의안이 지난 12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정치적 타격이 큰 상황이다. 특히 찬반투표 당시 부결운동을 벌였던 일반직노동자회 등 현장 제조직들로부터 교섭 과정에서의 여러 의혹 제기와 함께 ‘어용노조’라는 공격을 받으며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1차 잠정합의안 중 기본급 월 11만2000원 인상(호봉승급 포함), 일시금(성과금‧격려금 등) 500%+1800만원, 무상주 57주 지급 등 임금협상(임협) 합의안은 찬반투표에서 투표 참여자의 53.7%(1만3243명) 찬성으로 가결된 만큼 재교섭에서도 큰 쟁점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교섭을 타결한 현대차도 동일한 조건이라 사측이 추가 제시안을 내놓을 여지가 없다는 현실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51.2%(1만2617명)의 반대로 부결된 단체협약(단협) 합의안이다. 단협 합의안 중 조합원들의 가장 큰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은 평생사원증(차량 평생할인) 복원 무산이다. 장기근속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이 부분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반대표가 많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지만, 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일반직 성과연동제’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직 성과연동제는 고과를 4단계로 나눠 기본급 인상액을 차등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고 등급을 받은 직원은 해당 연도 기본급 인상액의 2배를 적용받지만, 최저 등급에는 기본급 인상액만큼만 지급된다. 최저 등급을 받더라도 다른 직군에 비해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다.


올해 잠정합의된 임금인상액 11만2000원을 기준으로 하면, 생산직과 판매‧정비직은 이 인상액을 모두 동일하게 적용받지만, 일반직은 D 등급은 11만2000원을, C 등급은 1.25배인 14만원을, B 등급은 1.5배인 16만8000원을, A 등급은 2배인 22만4000원을 인상액으로 적용받는 식이다.


최하 등급도 생산직과 동일 인상액을 적용받고, 중하위 등급만 돼도 25%나 많은 인상액을 적용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직 근로자에게 유리한 제도로 보인다.


기아 노조 일반직 조합원들로 구성된 일반직노동자회가 성과연동제의 부당함을 주장한 게시글. 기아 일반직노동자회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일반직 조합원들로 구성된 일반직노동자회는 이를 ‘조합원을 통제하고 갈라치기 하려는 사측의 개악안’이라며 반발했다. 사측이 주관적인 기준으로 근로자를 평가해 임금을 차등지급할 경우 근로자들이 실적 강요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릴 우려가 크고, 경쟁 심화로 근로자간 분열이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반직노동자회는 또, 성과연동제가 단협상의 ‘균등대우의 원칙’을 부정하는 것으로, 조합원간 위화감과 상대적인 불평등을 조장한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기아 노조 일반직 조합원은 1600명 가량으로, 전체 조합원(2만6843명)의 6%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단협 합의안이 단 1.2% 차로 부결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사실상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2만4655명 중 단협에 찬성한 조합원은 1만1912명이었다. 가결 조건인 과반(12328)과의 차이가 단 416표에 불과했으니, 일반직 조합원들이 대거 부결로 돌아선 게 부결에 결정적 요인이 된 셈이다.


특히 일반직노동자회는 이번에 일반직 성과연동제가 도입될 경우, 향후 생산, 판매, 정비까지 확산될 수 있다며 다른 직군에도 부결운동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재교섭에서 2차 잠정합의안이 마련되더라도 성과연동제가 단협안에 남아있을 경우 1차 잠정합의안 투표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질 여지가 크다.


노조 집행부는 관련 조항에 대해 “현장에서 함께 근무하는 일반직 조합원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노조와 교섭위원들이 함께 고심 끝에 결단한 것” 이라며 “성과연동제라는 이름이 조합원의 눈과 귀를 가렸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내부 반발이 정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계에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뜯어고치고 청년 일자리를 늘리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연공서열 중심의 호봉제를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올해 기아 임단협에서 일반직 성과연동제 도입이 무산될 경우 호봉제 개편은 요원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무직이나 연구직은 성과에 따른 보상이 있어야 업무 역량과 실적을 끌어올릴 유인이 생기는 직군”이라며 “고과가 높게 나오면 다른 직군보다 더 받을 수 있고, 고과가 낮아도 깎이는 일은 없는데 무조건 평등만 외치며 거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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