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매점 운영권 차명낙찰 공무원…대법 "입찰·업무방해죄 모두 성립"
입력 2024.09.23 10:10
수정 2024.09.23 10:10
2016~2022년 대전권 학교 매점 및 자판기 사용권 차명으로 낙찰받은 혐의
1심, 입찰방해죄만 유죄로 인정→2심, 입찰방해죄 외 2개 혐의도 유죄 판단
2심 "입찰방해죄, 특수한 보호법익 가져…1개 죄만 구성한다고 보기 어려워"
타인의 명의를 빌려 학교 매점 운영권을 낙찰받은 공무원에 대해 형법상 입찰방해죄와 업무방해죄, 위계공무 집행방해죄가 모두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업무방해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대전시 공무원이던 A씨는 2016년∼2022년 대전권 학교의 매점과 자판기 사용·수익권 입찰에 차명으로 참여해 낙찰받고 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한부모가족, 65세 이상 노인 등 우선 낙찰 대상으로부터 주민등록번호, 공인인증서 등을 넘겨받아 활용한 후 이들에게 수고비나 급여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A씨에게 적용되는 혐의의 개수였다.
검찰은 업무방해죄와 위계공무집행방해죄, 입찰방해죄를 적용해 기소했는데, 1심은 입찰방해죄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다. 입찰방해죄가 나머지 죄의 구성 요건을 모두 포함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2심은 이들 혐의가 구성 요건과 보호 법익이 다른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판단하고 형량을 징역 2년으로 늘렸다. 상상적 경합이란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함을 뜻하며 가장 무거운 죄의 형으로 처벌한다.
2심은 "업무방해죄는 '업무',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라는 광범위한 보호법익을 가지고 있는 반면 입찰방해죄는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이라는 특수한 보호법익을 갖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1개의 죄만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런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