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헝가리에 유령회사 세워 '폭탄 삐삐' 직접 제조"
입력 2024.09.19 18:08
수정 2024.09.19 18:08
"모사드, 2년 전 부터 작전 준비…삐삐 사용 유도"
레바논에서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선호출기(삐삐)가 이스라엘이 설립한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에서 제조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당국 모사드는 2년 전부터 헤즈볼라가 이용하는 삐삐에 폭탄을 넣으려는 작전을 준비했다. 모사드는 이를 위해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 호출기 제조사 ‘BAC 컨설팅’이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실제 호출기는 이스라엘에서 제조하도록 설계했다.
NYT는 이스라엘 전·현직 정보 당국자 12명을 인용해 “BAC는 평상시엔 일반 업체와 똑같이 정상적인 제품을 제조하다가 헤즈볼라가 주문한 삐삐의 배터리에만 강력한 폭발 물질을 발랐다”며 “폭발물이 설치된 삐삐는 2022년 처음 레바논에 배송됐고 올해 초 수천 대가 추가로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 작전을 위해 헤즈볼라가 조직 차원에서 휴대전화 대신 삐삐를 사용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 전부터 아랍권에는 이스라엘군이 휴대전화를 해킹해 원격으로 마이크와 카메라 등을 작동시켜 감시하는 기능을 개발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NYT는 “이스라엘은 조직적으로 휴대전화가 안전하지 않다는 소문을 퍼트렸다”며 “이에 지난 2월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휴대전화가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대원들에게 휴대전화 금지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이번 폭발 사건의 주체가 모사드가 아닌 이스라엘군의 산하 비밀 정보부대인 8200부대라고 지목했다. 로이터통신은 “레바논 호출기 폭발 사건은 모사드 등에 속하지 않은 8200부대의 작품”이라며 “이들은 1년 이상 이 작전을 계획했으며 호출기 생산 단계에서 폭약 설치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8200부대는 신호 감청과 암호화, 방첩, 사이버전, 군 정보 수집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첩보기관이다. 미 국가안보국(NSA)과 연계한 다수의 비밀작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