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재보선 ⑥] '공천은 곧 당선?'…민주당 '깃발 꽂는' 시대는 갔다, 호남 민심 향배는
입력 2024.09.19 00:00
수정 2024.09.19 04:57
10·16 전남 영광·곡성군수 재선거 열기 '후끈'
'대장 참전' 조국혁신당 vs '대장 빠진' 민주당
민주당 후보 도덕성·전임자 귀책사유 등 논란
당 일각서 "여당처럼 TK 깃발 꽂기 전례 깨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내달 16일 열리는 전남 영광·곡성군수 재보궐선거를 놓고 호남 쟁탈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지역살이에 직접 뛰어들며 지지를 호소한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아닌 당 소속 의원 일부가 나섰다. 공천만 되면 당선이 확실했던 민주당 텃밭 호남에서 양당의 경쟁이 지역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10·16 재선거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은 전남 영광군과 곡성군이다. 그간 기초단체장을 뽑는 선거는 여론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22대 국회에서 '우군'의 모양새를 갖추던 두 당의 경쟁, 즉 프레너미(Frenemy·친구이자 적) 구도에 주목도가 높아졌다. 특히 이번 재선거가 차기 지방선거의 전초전 격이라는 점에서 양당 대표의 정치적 미래를 가늠할 분수령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과 혁신당은 추석 연휴 전 일찌감치 후보군 채비를 마치고 선거판에 나섰다. 현재 영광군에서는 장현 혁신당 후보(김대중재단 영광군지회장)와 장세일 민주당 후보(전 전남도의원)가, 곡성군에서는 박웅두 혁신당 후보(곡성교육희망연대 대표)와 조상래 민주당 후보(전 전남도의원)가 각자의 지역에서 뛰고 있다.
이 대표는 두 후보에게 공천장을 수여하면서 "특정 지역 대표가 아니라 민주당을 통째로 대표하는 각오를 다져 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은 아예 추석 연휴를 반납해 재선거 당일까지 월세살이에 나서며 지역민과 스킨십 행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당은 소위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충청 출신의 초선 황명선 의원(조직사무부총장)을 재선거 지원단장으로 앉혀 호남 수성에 나섰다.
이번 재선거에 임하는 양당 대표의 서로 다른 후보 지원방식에 지역 민심도 요동치는 분위기다. KBC광주방송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11~12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재선거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혁신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36.3%로 나타났다. 반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30.1%로 6.2%p의 격차를 보였다. 오차범위 안에서의 박빙이지만, 민주당의 텃밭에서 혁신당이 우위를 점한 것은 괄목할만 하다.
혁신당 핵심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반면 우리는 조국 대표, 즉 혁신당의 대장이 직접 나서서 목숨 걸고 싸우고 있다"며 "혁신당은 민주당에 비해 여러 방면에서 열세지만, 지역 민심은 이번 재선거에 내놓은 혁신당 후보들이 민주당 후보보다 어느 면에서 보나 상품성이 괜찮다고 생각하실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낙관할 단계는 아니다. 영광에선 혁신당이 민주당에 비해 근소한 차이로 앞섰지만, 곡성에선 민주당이 혁신당을 압도하는 결과가 나왔다.
뉴스1·남도일보·아시아경제 등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0~11일 무선 90%·유선 10% 혼합 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영광군수 재선거 가상대결에서 장현 혁신당 후보가 30.3%, 장세일 민주당 후보가 29.8%를 기록해 0.5%p 우위를 점했다. 정당 지지도도 민주당 37.3%, 조국혁신당 34.3%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호남이 민주당 텃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혁신당이 상당한 기세로 민주당을 추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같은 기간 곡성군수 재선거 가상대결 결과 조상래 민주당 후보가 59.6%를 얻어 박웅두 혁신당 후보(18.5%)를 40%p 이상 앞섰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민주당(55.4%)이 혁신당(25.8%)을 약 30%p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혁신당 핵심관계자는 "영광에서 실시된 여론조사는 기분 좋은 결과이지만 동시에 조심해야한다, 곡성에서의 결과에 울상 짓지 않는다는 기조로 최종적으로 민주당에 승리할 것"이라며 "특히 민주당 소속 영광군수 후보는 과거 흠결이 있는 분이고, 곡성군수는 민주당의 귀책사유로 치러지는 만큼 이번 재선거는 도덕성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영광·곡성군수 재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도덕성'이 될 공산이 크다. 장세일 민주당 영광군수 후보의 경우 △1989년 12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2014년 4월 사기·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 위반(벌금 900만원) 등 전과기록 2건이 있다.
장현 혁신당 영광군수 후보는 전과기록이 전무하다. 당초 장현 후보는 민주당 소속으로 재선거에 뛰어들었으나, 민주당이 장세일 후보를 예비후보로 받아들이자 "파렴치범을 후보로 내세웠다"고 반발하며 탈당한 뒤 혁신당으로 전향했다.
이에 황명선 민주당 선거지원단장이 "부도덕한 행위로 징계대상이던 민주당 후보를 이삭줍기했다"고 지적하자, 김보협 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어느 당의 행위가, 어느 당의 후보가 더 도덕적인지는 영광군 유권자들께서 판단해주실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곡성군수 재선거 역시 전임 민주당 소속 군수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따른 당선무효형으로 치러진다는 점도 혁신당에 유리한 포인트다. 실제 민주당은 자당의 귀책사유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당의 귀책사유로 재보궐선거 발생시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기존 당헌·당규 조항 삭제를 강행했다. 당무위 내부의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이 조항을 삭제해 조상래 후보를 낸 것이다.
이와 관련, 조국 대표는 지난 10일 광주시의회로 이동해 지역 언론인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곡성군 선거의 경우 민주당의 귀책사유로 다시 치러지는데 당규를 바꿔서까지 후보를 낸 것이야말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민주당을 강력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민주당의 70년 전통과 함께한 호남에 새 바람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조국 대표는 호남이 사실상 민주당의 독점 상태라는 점을 들어 "고인물은 썩는다. 흐르게 해야한다"고 경쟁을 선언했다.
민주당 수도권 중진 의원은 "그간 호남 정치는 '민주당이 공천만 하면 당선은 확실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본선보다 후보 경선이 더 치열했을 정도"라며 "이번 재선거를 통해 'TK(대구·경북)는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국민의힘 같은 수동적 선거 전례를 깨고 호남 발전을 위해 유의미한 경쟁을 펼쳤다는 선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