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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의 ‘팔자’ 변심...국내 증시 회복 ‘불투명’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4.09.16 08:00 수정 2024.09.16 08:00

7월까지 24조 순매수…8월 이후 7조 넘게 순매도

삼전·SK하닉 사들였던 강도 이상으로 팔아치워

연말까지 매도 유지 우려…금리·대선 등 변수도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 원·달러 환율, 코스닥지수 종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올 들어 강한 순매수세를 보이며 국내 증시를 주도해 온 외국인들이 최근 한 달여간 주식을 무섭게 팔아치우고 있다. 이들이 주로 투자해 온 기업들이 시총 상위 종목들로 이들의 변심이 증시에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변수도 많아 회복도 불투명하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4조9971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전월이었던 8월 한 달간 2조8557억원을 순매도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달 들어 매도세가 더욱 강화된 양상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4조5973억원어치를 팔아치울 정도로 매도세를 집중했고 같은 반도체주인 SK하이닉스(-6350억원)도 두 번째로 많이 매도했다. 이어 삼성전자우(-2067억원), 기아(-1703억원), 현대차(-1290억원) 등이 톱 5로 매도세는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에 집중됐다.


이러한 외인들의 매도세는 그동안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외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24조7437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는 등 강한 순매수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반전은 글로벌 증시를 이끌어 온 동력인 인공지능(AI)의 성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들이 주로 많이 투자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글로벌 IT산업에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들로 AI의 불확실성 증대로 IT산업에 대한 고점 논란이 불거진 영향이 작용하고 있다.


생성형 AI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한 후 하락한 것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용 반도체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데 GPU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올 상반기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 6월 18일에는 주가가 135.58달러(종가 기준)까지 오르면서 시가총액이 3조 3350억 달러(약 4600조원)까지 늘어나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제치고 사상 최초로 글로벌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등락 속에서도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13일 종가 기준 주가는 119.10달러로 시총도 3위로 다시 내려 앉았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지난 7월 초(7월 9일 종가 8만7800원) 8만원 후반대로 9만원선을 넘보던 삼성전자는 현재는 6만5000원을 하회(9월 13일 종가 6만4400원)하고 있다. 한때 24만원(7월 11일 종가 24만1000원)을 넘었던 SK하이닉스 주가도 30% 이상 빠진 16만2800원(13일 종가)을 기록 중이다.


국내 증시 시총 1·2위인 이들 종목의 부진은 코스피지수의 부진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지난 7월 초(11일 종가 2891.35)만 해도 2900선에 육박했던 지수는 지난달 5일(종가 2441.55)를 겪으며 2400선까지 밀렸다가 다시 회복했지만 한 달이 지난 현재도 2500선(13일 종가 2575.41)에 머물고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객장에서 트레이더들이 거래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같은 국내외 증시 흐름 속에 외인들의 태세도 전환됐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외인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10조7662억원과 1조7413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등 전체 주식 매수 규모(24조7437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8월 이후 이들의 순매도 규모(삼성전자 -6조6853억원·SK하이닉스 -1조5353억원)를 감안하면 7월까지 사들였던 강도 이상으로 8월부터는 팔아치우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반도체주에 대한 과매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글로벌 IT 산업 고점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국내 증시도 침체에서 벗어날 반전 요인이 보이지 않아 연말까지 외인들의 스탠스가 변하지 않고 이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여전하다.


다만 이달 결정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 금리 인하 폭과 통화정책 방향을 비롯, 11월 미 대선, 지정학적 리스크 가능성 등 변수도 많아 향후 추이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 침체 등으로 인해 투자 매력이 하락하긴 했지만 이는 국내 뿐만 아니라 아시아 증시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외인들의 투자 비중이 높은 종목들이 시총 상위 종목들로 글로벌 경기나 산업에 영향을 많이 받는 반도체와 자동차라는 점도 최근 매도세가 설명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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