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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경영자질 문제 있나…영풍 “위법행위 의심”VS 고려아연 “중처법 위반”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4.09.13 14:00 수정 2024.09.13 14:36

MBK파트너스, 영풍과 고려아연의 상장 유통지분 공개매수

영풍, 고려아연 회계장부 열람 등 가처분 신청…“최윤범 회장 위법행위 의혹”

고려아연 “영풍, 제련소 경영 정상화와 안전, 환경문제 해결 등 사회적 책임 방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각사

75년간 동업 관계였던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경영자질 문제를 중심으로 격화되고 있다.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위법행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섰다. 이에 고려아연은 환경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문제가 있는 영풍이 자사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의 상장 유통지분 공개매수를 추진한다고 13일 밝혔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66만원으로, 공개매수일 이전 3개월 및 6개월간의 평균종가에 각각 27.7%와 30.1%의 프리미엄을 적용한 가격이다.


동시에 한국기업투자홀딩스를 통해 경영권 확보 및 강화 목적으로 주요 관계사인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도 실시한다. 영풍정밀 1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하는데 영풍과 최씨 일가 지분을 제외한 유통주식 전량이 공개매수 대상이 된다.


MBK파트너스는 전날 영풍 및 특수관계인(장형진 영풍 고문 측 장씨 일가)과의 주주 간 계약을 통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가 돼 MBK파트너스 주도로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기로 합의하고 영풍 및 특수관계인(장씨 일가) 소유 지분 일부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받기로 했다.


최 회장의 경영권만큼은 박탈시키겠단 영풍


영풍이 MBK파트너스에 실질적인 지배주주 역할을 넘겨준 데에는 최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날 영풍은 고려아연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최 회장의 위법행위 의혹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하겠는 입장이다.


영풍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등 의혹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의혹 ▲이그니오 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의무 위반 의혹 ▲이사회 결의 없는 지급보증 관련 상법 위반 혐의 ▲일감 몰아주기 관련 의혹 등 총 5가지를 이유로 들며 최 회장을 압박했다.


대표적으로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등 의혹이다. 합병이나 분할, 매각, 중요한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안들은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지만 2019년 설립된 원아시아파트너스에 약 6040억원의 고려아연 자금이 투자되는 과정 중,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투자가 결정됐다는 게 영풍 측 주장이다.


이그니오 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의무 위반 의혹도 있다고 봤다. 고려아연이 미국법인 페달포인트 홀딩스를 통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이그니오 홀딩스(LLC)를 두 차례에 걸쳐 총 5800억원을 들여서 인수했으나 당시 가치평가 내용에 대해 특별히 제시한 바 없다는 것이다.



영풍·MBK의 손아귀에 넘어가면 국가산업경쟁력 잃는다는 고려아연


영풍의 기습적인 공격에 고려아연도 영풍과 MBK사모펀드의 경영능력에 대해 문제 삼았다.


고려아연은 “영풍은 그간 석포제련소를 운영해 오면서 각종 환경오염을 일으켜 지역 주민들과 낙동강 수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며 “빈발하는 중대재해 사고로 최근 대표이사들이 모두 구속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온갖 사건 사고와 인명피해, 환경오염 문제가 수년간 이어지면서도 전혀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매년 국정 감사에 끌려가는 대표 기업”이라며 “영풍 석포제련소의 경영 정상화와 안전, 환경문제 해결 등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채 약탈적 자본과 결탁해 고려아연의 지분과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 고문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며 기업 가치가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석포제련소 경영조차 실패한 장 고문이 50년간 지속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유지함으로써 경영 능력이 입증된 전현직 경영진의 의사에 반해 당사의 경영권을 침탈하려는 시도”라며 “이번 공개매수는 당사의 중장기적인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소액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언급했다.


MBK사모펀드에 대해서도 ‘기업사냥꾼’이라고 명명하며 공개매수에 대해서도 ‘적대적 약탈적 인수합병(M&A)’이라고 지탄했다.


고려아연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수차례 국내에서 시장 경쟁력 있는 회사를 인수한 다음 핵심 자산을 매각하거나 과도한 배당금 수령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에만 몰두하는 등 약탈적 경영을 일삼아왔다”며 “부당한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 임직원과 지역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기업가치를 저해한 사례들도 다수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또“MBK파트너스는 영풍 및 그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에 대해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 약탈적 자본과 결탁한 공개 매수자들이 당사 경영권을 인수한 다음 당사의 경영권을 해외자본에 재매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렇게 되면 국가기간산업 및 배터리 소재 관련 핵심 기술과 역량이 해외로 유출되는 엄청난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영풍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부분 부정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는 블라인드펀드로, 당사가 IP로 돈을 출자할 뿐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가 어디에 투자되는지는 알 수 없다”며 “마치 당사가 지시했거나 연루된 것처럼 말하는 것은 틀린 내용이며 진행 중인 재판에서 연관성이 없음이 밝혀졌다”고 반박했다.


그는 “페달포인트가 이그니오홀딩스를 높은 가격에 주고 샀다고 평가될 수 있지만 캐터맨을 인수하면서 페달포인트가 현재 규모의 경제(올해 6월 말 기준 자산 1조원 육박)를 달성하면서 올해 상반기 적자 규모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지속적인 확장으로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며 “아직 인수한 지 만 2년도 되지 않은 기업(이그니오)의 가치에 대해 단정짓는 건 시기상조이고 당사는 자원순환 사업 밸류체인을 구축해 해당 영역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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