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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버튼의 독특한 상상력 세계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4.09.13 14:10
수정 2024.09.13 14:10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

“예술가라면 사물을 항상 새롭게, 이상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 영화감독 팀 버튼의 말이다. 팀 버튼의 작품은 동화와 현실 사이를 넘나드는 몽환적인 작품 세계가 특징이다. 특히 독특한 분장과 기이한 세트는 그의 독보적인 미장센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그의 신작 ‘비틀쥬스 비틀쥬스’가 개봉했다. 국내에서는 ‘유령수업’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던 1988년 영화 ‘비틀쥬스’의 후속작품이다. 36년 만에 부활한 속편은 전편에서 큰 활약을 보였던 위노나 라이더와 캐서린 오하라를 비롯해 원작의 주조연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기대를 높이고 있다.


TV 호러쇼 진행자로 활약 중인 영매 리디아(위노나 라이더 분)는 36년 전, 유령을 내쫓기 위해 소동이 벌이다가 마음에도 없는 비틀쥬스(마이클 키튼 분)와 결혼 직전까지 간다. 그후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 리디아는 그의 환영 때문에 남몰래 약까지 먹는다. 한편 갑자기 사망한 아버지의 장례식을 위해 다시 시골집으로 가게 된 리디아는 사춘기가 한창인 딸 아스트리드(제나 오르테가) 때문에 걱정한다. 아버지의 부재로 반항심이 커진 아스트리드는 유령을 보는 엄마와 사사건건 부딪히고 그러다 죽은 아빠를 되돌릴 수 있다는 소년을 만나 사후 세계에 입문하며 위기에 빠진다. 과연, 리디아는 딸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영화는 모성애와 가족애를 주제로 삼는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혼재된 할로윈의 밤, 리디아는 딸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도 싫은 비틀쥬스를 소환해 사후 세계로 들어간다. 비틀쥬스는 이번 기회에 리디아를 신부로 맞이하려고 하지만, 영혼 포식자이자 비틀쥬스를 좋아하는 델로레스에게 포착되어 또다시 결혼을 망친다. 사후 세계로 들어간 리디아는 그곳에서 자신의 남편을 발견하고 남편과 함께 딸을 구출해낸다. 기괴하고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가족애와 진한 모성애를 느낄 수 있다.



음악과 춤으로 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사후 세계로 건너간 딸 아스트리드를 찾기 위해 오래전 무찔렀던 악마 비틀쥬스를 불러낸다는 설정과 이야기는 다소 난잡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즐겁게 전개되는 부분도 있다. 특히 죽은 자들이 보여주는 군무와 익숙한 팝송은 전작에 버금가는 흥과 즐거움을 준다. 1편과 2편 사이 36년이라는 시간의 간극과 함께 팀 버튼 감독 특유의 기괴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미학은 변하지 않았다. 더욱이 팀 버튼 감독과 오랜 세월 함께 작업해 온 작곡가 대니 엘프먼이 다시 한번 OST를 담당했고 감독의 의상 세계를 오랫동안 맡아 온 콜린 애트우드도 의상 디자이너로 복귀하면서 옛 감성과 정취를 그대로 느끼게 도왔다.

아쉬운 부분도 있으나 팀 버튼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팀 버튼의 새로운 연인이자 세계적인 스타 모니카 벨루치는 36년 만에 나온 이 기념비적인 작품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지만 서브플롯의 임팩트가 없어 빈약하다. 영화 내내 전작의 설정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끌어가는 것은 역시 팀 버튼만의 독특한 미술 기법이다. 70세를 바라보는 팀 버튼 감독이지만 여전히 독특한 상상력과 톡톡 튀는 표현력은 높이 평가되며 더욱이 아날로그 방식의 특수 기법이 적절히 들어가 역시 팀 버튼이라는 감탄사가 나온다.




영화는 상상력의 예술이다. 영화에서 상상력을 동원해 만들었던 것들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현실이 된다. 지금은 전기자동차나 인공지능(AI)과 같이 기존의 모든 산업이 새로운 산업으로 바뀌는 대전환의 시대다. 상상력을 중요시하는 영화의 역할이 커지는 시기다.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70세를 바라보는 팀 버튼 감독을 통해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개발하라고 말해 준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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