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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은행으로 AI 인재 유출…구시대 기업 문화 '암초'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4.09.17 06:00
수정 2024.09.17 06:00

관련 채용에 열 올리는 해외 금융사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인력 빠져나가

"경직된 조직·임금 구조 등 극복해야"

인공지능 이미지. ⓒ픽사베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 은행들이 인공지능(AI) 인재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AI 관련 인재가 유출되고 있어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국내 은행권이 경직된 조직 문화와 성과를 반영하지 못하는 임금 구조 등을 극복하고 AI 인력을 적극 영입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17일 글로벌 AI 전문 시장 조사 업체인 에비던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50대 은행들의 AI 관련 인재 채용 공고 수는 7862건으로서 전분기 대비 14.2% 늘었다.


특히 AI 인재의 영입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관련 인재 채용을 전략적으로 중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조사 대상 은행의 총 채용 규모는 전년 대비 23.0% 감소했음에도, AI 관련 인재 채용 비중은 11.9%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대조를 이뤘다.


그 중에서도 AI 인재 채용 공고 수 상위 3사인 JP모건과 캐피털원, 씨티는 모두 미국계 은행이었다. 유럽 은행들 중에서는 도이체방크와 포르투갈의 BPCE, 이탈리아의 인테사 상파올로가 AI 관련 인재 채용 공고의 7.8%를 차지하며 점유율 측면에서 다른 유럽 은행들과 격차를 벌리는 모습이다.


글로벌 은행들은 AI 인재를 주로 경쟁 은행 등 동종업계에서 영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 AI 인재의 가장 큰 원천은 다른 은행으로부터의 영입으로서, 이렇게 이직한 관련 직원은 2만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행을 이탈하는 AI 관련 인재 역시 경쟁 은행으로 대부분 이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외부로는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으로 가장 많이 이동했다.


이를 통해 해외 은행들은 AI 역량을 바탕으로 금융서비스 혁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JP모건은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투자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생성형 AI 머니볼을 개발,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머니볼은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인기 주식을 너무 일찍 매도하는 등 잘못된 판단을 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생성형 AI 도구다. 또 HSBC의 콴텍사는 Q어시스트를 통해 의사 결정 인텔리전스 플랫폼에 생성형 AI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AI 인재가 미국이나 중국 등 해외로 순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한·미·중 AI 인재 확보 전략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외국인을 포함한 우리나라 거주자 1만명당 AI 인재 0.3명이 순유출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 AI 관련 인재의 순이동 추이는 ▲2020년 0.65명 ▲2021년 0.54명 ▲2022년 0.24명 ▲2023년 -0.30명으로 지난해부터 순유출로 전환됐다. 반대로 AI 인재 영입에 적극적인 독일(1.04명)이나 미국(0.40명), 포르투갈(0.23명)의 경우 관련 인재가 순유입되고 있으며, 이들 국가는 인도(-0.76명)를 중심으로 한국 등 IT 강국으로부터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심혜빈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글로벌 은행그룹의 AI 역량 제고 노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산업 트렌드에 맞춰 AI 인재 확보에 집중하고 있으나, 관련 인재들은 은행보다는 IT 대기업이나 빅테크, 스타트업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을 비롯해 금융사들이 AI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보수적인 조직 문화와 성과를 반영하지 못하는 임금 구조, 직원의 경력 개발 경로의 불확실성 등에 있다"며 "성과 기반 보상 체계의 확립, 기술 중심의 업무환경 제공, AI 분야의 별도 채용, AI 전문 부서 신설 및 직위 부여 등의 개선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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