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금리 리스크 7조 육박…내년까지 '버티기 모드'
입력 2024.09.12 06:00
수정 2024.09.12 06:00
최대 위험 올해만 1조 넘게↑
대출의 질 악화 압박감 가중
금리 인하 임박에 반전 기대
국내 5대 은행에 잠재된 금리 리스크가 최근 한 해 동안에만 1조원 넘게 불어나며 7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고금리로 인해 대출의 질이 나빠지면서, 은행이 받는 압박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미국으로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내년까지만 버티면 사정이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금리부 자본변동(이하 금리 EVE)은 총 6조9814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2.0%(1조2596억원) 늘었다.
금리 EVE는 금리 변동으로 은행의 자본에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예상 위험을 수치화 한 지표다. 금리의 ▲평행상승 ▲평행하락 ▲단기하락·장기상승 ▲단기상승·장기하락 ▲단기상승 ▲단기하락 등 여섯 가지 금리 충격 시나리오에 따른 리스크를 계산한 뒤, 이 중 은행 자본에 제일 큰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된 케이스를 최종 결과로 삼는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금리 EVE가 2조203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7.0% 증가했다. 신한은행 역시 1조6722억원으로, 국민은행은 1조5328억원으로 각각 41.0%와 26.5%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농협은행의 금리 EVE도 1조1687억원으로 54.3% 증가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에서는 우리은행의 금리 EVE만 4046억원으로 40.8% 줄었다.
금리 리스크가 커진 배경에는 악화한 대출 건전성이 자리하고 있다. 고금리 부담으로 빚을 제 때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많아지면서 은행에까지 악영향을 주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이로 인한 금리 리스크를 방어해야 하는 은행들의 어깨도 무거워지고 있다.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부실이 과도하게 누적돼 리스크가 가중되는 현상을 최소화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상각하거나 매각한 부실채권은 올해 상반기에만 2조50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1% 증가했다.
은행은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된 부실채권을 상각이나 매각을 통해 처리하게 된다. 상각은 은행이 손해를 감주하고 갖고 있던 부실채권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렸다는 의미다. 부실채권 매각은 채권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이를 넘긴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연말로 갈수록 금리 인하 신호가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금리가 낮아지면 고금리로 인한 리스크는 점차 완화될 공산이 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정책 조정의 시기가 도래했다"며 금리 인하가 임박했음을 강력 시사했다. 금융권은 이번 달 17~18일 열리는 미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확실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기간이 워낙 길었던 만큼 인하가 이뤄지더라도 당장 대출 건전성에 극적인 반전이 감지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예상만큼 금리가 하락한다면 내년 하반기 정도에는 연체 관리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