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금투세 분열' 파고드는 與…"'이재명세' 얘기 들을거냐" 압박
입력 2024.09.11 00:40
수정 2024.09.11 06:34
민주당 금투세 찬반 논란에
국민의힘 "폐지 결단하라"
"증시 폭락시 책임질 거냐"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두고 파열음을 내자, 국민의힘이 이 틈을 파고들고 있다. 애초부터 '금투세 폐지'가 민생이라는 점을 강조해온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연일 입장 정리를 촉구하면서 압박 중이다. 금투세 폐지로 쏠린 여론을 등에 업고 민주당의 '금투세 분열'을 기회로 삼아 중도층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는 24일로 예정된 민주당 내 금투세 토론회에서 치열한 논쟁을 거쳐 보다 더 전향적으로 차제에 소위 '민주당세'라 불리는 금투세 폐지를 결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혁 최고위원도 이날 한 방송에서 "누구든지 열심히 해서 돈 버는 것을 장려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죄악시하는 응징적 법이라면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논의를 하자고 그랬더니 민주당도 논의할 듯 하다가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며 "만약에 내년에 금투세 시행돼서 우리 증시가 폭락하면 '이재명세'라는 얘기 들을거냐. 그래서 책임질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당내에서 금투세 폐지를 가장 먼저 꺼내들었던 한동훈 대표도 전날 민주당에 관련 토론을 거듭 제안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에서 24일에 자기들끼리 금투세 토론을 한다고 한다. 그런 토론을 하려면 왜 우리가 생방송으로 하자고 여러 차례 주장했던, 우리가 제의한 토론에는 응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국내 증시를 버린다는 메시지를 다수당인 민주당이 줘서는 안된다. 금투세는 정치권이 대한민국의 '국장'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중요한 바로미터가 됐다"며 "금투세에 대해 일부 투자자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이름을 붙여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게 민심"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압박 수위를 높이는 건 금투세 시행일이 다가오면서 투자자와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민주당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다. 전날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 연출된 이후 지지층 이탈 조짐 및 역풍을 우려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금투세 유예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전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대표적인 '금투세 시행론자'이자 민주당 정책을 총괄하는 진성준 정책위의장 앞에서 금투세 유예 주장이 나왔다. 이 자리에서는 "국내 증시 상황과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금투세를 무리하게 시행할 경우 1400만 국민 다수가 손실을 보는 등 심리적 우려가 가중된다"며 "무엇보다 우리는 주식시장을 육성해야 할 당위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특히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 또는 유예 여론이 시행 여론보다 많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민주당의 모습이 자당에 정치적 이득을 준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의 의뢰로 지난달 21일부터 22일까지 무선(97%)·무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금투세에 대해 물은 결과, '폐지'는 34.0%, '유예'는 23.4%, '예정대로 시행'은 27.3%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 정책위의장은 "어제 민주당 최고위원 중 한 분이 '금투세는 대한민국 주식 시장을 선진화시킨 다음 시행해도 늦지 않다' 이렇게 공개 발언을 했다. 이는 큰 틀에서 국민의힘과 같은 의견"이라며 "민주당 지도부 중 처음으로 금투세 유예 관련 공개 발언이 나온 점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금투세 폐지가 민생임을 일관되게 강조해온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은 여전히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다"며 "민주당은 1400만 투자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금투세 관련 입장을 조속히 정하고 정부·여당과의 정책 협의에 나서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 수석대변인은 "금투세 시행이 넉 달도 채 남지 않았다"며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해드리고 우리 증시 선진화를 위한 제도적 방안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