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전 사위 특채 의혹 '키맨' 전 행정관…법정서 모든 증언 거부
입력 2024.09.09 17:14
수정 2024.09.09 17:14
검찰, '文 전 대통령과 관계' 및 '이상직과 연락한 경위' 물었지만…행정관 "증언 거부"
변호인 "본인 형사소추 당할 염려 해당…검찰 수사기록 보지 못해 방어권 보장 안 돼"
재판부, 문답 공전하자 신문 1시간여 만에 중단…"증언거부 의사 명확한데 의미 있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의 특혜 채용 의혹 수사에서 '키맨'으로 지목된 청와대 전 행정관이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에서 의혹과 관련된 모든 증언을 거부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2단독(한정석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공판 전 증인신문에 출석한 청와대 전 행정관 신모씨는 변호인을 통해 피의자 전환 가능성을 언급하며 증언 거부 의사를 밝혔다.
변호인은 "전주지검이 증인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한 것과 관련해 제출한 재항고 이유서에는 증인이 청와대와 이상직 전 의원을 연결하는 가교 구실을 하면서 이 사건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며 "본인이 형사소추 당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증인은 검찰의 수사기록을 보지 못해 방어권 보장이 안 된다"며 "인정되지 않는 증거가 현출(겉으로 드러남)되는 것을 제한해 주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이번 신문은 증인이 청와대에서 수행한 직무 권한과 내용을 파악하려는 것이지, 증인이 범죄 행위에 가담했거나 관여했다고 판단해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검사가 어떠한 질문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체 질문에 대해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건 회피에 불과하다"고 따졌다.
재판부는 양측의 입장을 들은 뒤 순서에 따라 우선 검찰 측 증인신문부터 진행했다.
검찰은 신씨에게 문 전 대통령과의 관계, 이 전 의원과 연락한 경위, 다혜씨의 태국 이주 지원 과정 등을 물었으나 신씨는 변호인을 통해 밝힌 입장대로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검찰은 신문 도중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한 다른 행정관들은 수사에 협조했다"며 "그 사람들은 '문 전 대통령의 직계가족에 대해서는 오로지 증인만 관리했다'고 증언했다"고 압박했으나 신씨는 같은 대답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검찰이 질문하고 증인이 증언을 거부하는 형태의 문답이 공전하자, 신문 시작 1시간여 만에 "증인의 증언거부 의사가 명확한데 더 질문하는 게 의미 있느냐"면서 신문을 중단했다.
재판부는 신문 말미에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사건으로 수감 중이어서 영상 중계를 통해 교도소에서 신문에 참여한 이 전 의원에게도 발언권을 부여했으나, 이 전 의원은 "존경하는 재판장님, 없습니다"라고 외치고는 발언을 마무리했다.
검찰은 신문이 조기 종료되자 "신씨는 핵심 참고인으로 저희도 많은 고민을 통해 증인신문 청구를 따로 했다"며 "개인적으로 왜 본인이 이 자리에 와 있는지 알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법원은 문 전 대통령에게도 기일 통지서를 보냈지만 문 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한연규)는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하면서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로, 이상직 전 의원을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입건했다.
검찰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전 의원이 설립한 태국계 저비용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에 항공업계 실무 경험이 없는 서씨가 전무이사로 취업하면서, 문 전 대통령이 다혜씨 부부에게 금전적 지원을 중단했다고 추정하고 있다.